죽기 vs 살기 | D-15
낮에도 달이 뜬다. 언제 봐도 새로운 거울 속 달덩이. 예전에는 신데렐라처럼 밤 12시 정도 땡! 해야 부기가 가신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요즘은 오후 세 시쯤 풀렸다가 다시 서서히 차오른다. 매일 매 순간 수없이 만나는 초면의 인간. 붓지 않으려고 애를 쓸수록 도루묵이 되는 건 기분 탓일까? 저녁에 물을 마신다거나 짠 음식을 먹는다거나 물을 너무 많이 마신다거나 늦은 시간에 식사하는 일을 지양하고 있다. 대체로 지키고 있는데도 붓기는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잘 붓는다는 게 체질일 수도 있으나 순환의 문제로 볼 수도 있어서, 새롭게 지키는 것이 이완 스트레칭이다. 굳어 있고 피로한 몸을 마구잡이로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집에 다양한 폼롤러와 밸런스보드와 마사지 볼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다.
가열차게 달려 만족스럽게 운동을 끝내고 폼롤러로 종아리나 허벅지를 굴려주며 핸드폰 하는 시간은 언제나 좋다. 하려는 일의 레퍼런스를 수집하기도 하고 전자책을 읽거나 이번 달의 생일 선물 또는 기념일을 축하할 선물을 검색하거나 생필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라디오나 노래를 듣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돌돌돌 폼롤러가 굴려지는 소리와 톡톡 시계 초침 소리만 듣는 것도 좋다. 하지만, 요즘은 도통 운동하기가 어려워서 어제는 냅다 폼롤러부터 굴렸다. 스텝퍼를 도전했는데, 10분 타니 어지러워 중도 하차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고작 10분이라니! 내가 알고 익숙하고 나아가 사랑하던 체력을 잃어버리다니! 어떻게 네가 나에게! 운동 4일 차라고 적고 있지만, 앞에 두 글자를 빼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어제도 유산소와 근력 모두 지워버리고, 폼롤러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다 나른해져서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에 이어 늦은 귀가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없다. 오늘의 바람은 스텝퍼 30분과 실내에서 하는 근력 운동 30분. 제발, 나를 살려줘.
p.s. 시원한 생맥주 딱 한 잔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