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vs 살기 | D-13
약속을 지켰다. 8km를 걸었다. 걷기는 늘 같다. 나가기까지가 가장 힘들고 막상 나오면 즐겁다. 처음 1~2km는 목표치보다 더 걸어보자며 힘을 내보지만 3km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지루해진다. 더 걸은 것 같은데 왜 이것밖에 안 되나, 하면서 계속 스마트워치를 확인하는 시점이다. 보통 8~10km를 목표로 걷는다고 생각할 때 반절이 되는 4~5km는 고비다. 반을 채운 건 좋지만 언제 또 반을 채우나 싶고,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의식되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내 속도를 솔직히 말해보자면, 11분에 1km는 산책에 가까운 느린 속도로 라르게토(larghetto)와 가깝다. 10분에 1km는 보통의 속도로 모데라토(moderato), 9분에 1km는 조금 빠른 속도로 알레그레토(allegretto), 8분에 1km는 빠른 속도로 알레그로(allegro)에서 조금 더 비보(vivo)에 가깝고, 마지막으로 거의 7분에 가까운 아주 빠른 비바체(vivace) 속도가 있다. 걷기 운동에 가까운 건 아무래도 8분대의 걷기다.
목표 달성 때문에 그렇지, 걷는 것 자체로서는 좋다. 음악 없이 10km 걷기도 거뜬하고, 오디오북, 음악, 라디오 등 무언가를 들으면서 걷기도 좋아한다. 사실, 라디오라고 적기는 했지만 챙겨 듣는 방송은 정해져 있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와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건 단순히 취향의 문제인데, 라디오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작년에 운동을 시작하며 도움을 받고자 라디오까지 뻗어나가 다양한 방송을 시도하게 되었고, 무수한 시도 끝에 취향에 맞는 방송을 찾아낸 것이다. 목소리가 좋고, 재미있고, 걸으면서 듣기에 좋고, 살아감에 도움 되는 조언들도 종종 얻을 수 있고⋯⋯ 결론은 듣기가 너무 좋았다. 지금껏 라디오를 듣지 않은 게 후회될 만큼. 그리고 라디오 듣기는 음악에 비해 데이터도 많이 잡아먹지 않았다. 어제도 처음 40분 정도는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다시 듣기로 들으며 걸었고, 그 후에는 듣고 싶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걸었다. 완전한 타인의 목소리에 오롯이 기대어 걷는 밤. 그런 밤이 건네는 묘한 위로에 푹 잠겨 거뜬히 8km를 걸을 수 있었다. 반소매가 종종 보일 만큼 날이 많이 풀렸다. 추위가 있을 때는 싫어했는데 막상 또 간다니 서운해지는 마음. 낮에는 너무나 봄이 느껴지는 햇살과 바람을 마주하며 돌아다녔기에, 오늘은 다시 실내 운동에 도전한다. 서서 하는 복근 운동 30분, 덤벨 운동 2~30분. 내일도 부디 성공의 소식과 함께 돌아올 수 있기를! 응원 부탁한다!
p.s. 꿀벌집이랑 바나나랑 같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