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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Apr 16. 2024

21화. 이름만 아는 옥수수빵을 찾아서


수평을 유지하며 살거라. 마음속에 저울을 두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되,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이 되어라. 그의 가르침이다. 지금까지도 종종 듣는 그 가르침을 되새기며 되도록 차분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국민학교 시절 배급되던 옥수수빵을 아는가? 6~70년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그 빵은 그가 간절히 다시 먹고 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로, 비슷한 나이대의 많은 분들 역시 그리워하는 빵이다.


옥수수빵. 그는 누구인가. 식감도 딱히 부드럽지 않았다던데, 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많은 이의 마음에서 온기를 유지하는가. 이전 시대의 달고나 빵이나 컵볶이 아니면 요즘 시대의 탕후루 같은 건가 싶지만, 그보다는 농도가 짙은 추억이라고 생각되는 까닭은 ‘사 먹던 것’이 아닌 ‘배급받던 것’이라는 데에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나 순간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것 같고. 어떤 향수. 동시간대를 살아간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향수.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립다 못해 만들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그 그리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빵을 개발하지 않았을까. 그런 희망으로 빵을 찾기 시작한 게 벌써 몇 해. 그러나 빵 장수만 있을 뿐, ‘그 옥수수빵’은 어디에도 없고, 옥수수빵 대신 나와 같이 애타게 찾아 헤매는 자녀들의 후기만 남아 있었다.


분명 그랬는데. 우연한 기회였으나 비슷한 빵을 찾았으니 어떻게 얌전히 ‘성공하였구나’ 외치겠는가. 호외요! 호외! 하고선 외쳐야지. 놀랍게도 국민학교 시절의 향수는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발견했는데, 스위스 국민빵이라는 ZOPF(조프)다. 아쉽게도 식감은 좀 다르다지만 향이 같고, 옥수수빵의 고소함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그가 빵을 입이 아닌 코로 느낄 때, 나는 그런 그를 느끼며 어찌나 뿌듯하던지. 눈과 입이 같이 웃는 환한 웃음. 나는 또 그 웃음을 보려고, 꽃인 듯 빵의 향기를 맡는 그를 보려고, 100%에 근접할 옥수수빵을 찾아 또 도전기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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