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주세요. 제발.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부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11월이라 날씨가 좋을 때는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지만 저는 부여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
공주는 이미 몇 번 다녀왔지만 부여는 공주보다는 조금 더 멀더라고요. 당시 궁남지와 부여 국립 박물관, 백제 문화단지를 다녀오는 일정이었습니다. 11월이라 궁남지는 조금 을씨년스럽긴 했어요.
궁남지하면 떠오르는 연꽃이 없네요.
이 날 궁남지에 처음 가봤는데 넓은 부지에 탁 트인 개방감이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연꽃이 필 때 다시오리라 마음 먹었지만 3년이 지났음에도 못 가봤네요.
부여국립박물관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저는 원래 박물관을 좋아합니다.)
전시관을 돌고 돌아 드디어 메인 전시물인 <백제금동대향로>를 실물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여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전시관을 혼자 사용하고 있는 이 향로는 실제로 보면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압도됩니다.
세상에, 어머나, 이게 뭐야...를 연발하며 앞을 떠나지 못했어요. 온통 검은색 배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홀로 고아하게 빛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제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습니다. ㅜ.ㅜ
나한테 최애 문화재가 생기다니!!!
평소에 관심도 없던 리플렛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리플렛에 있던 설명과 사진을 배경으로 중장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제가 지금 투고 하고 있는 <가제: 향로의 아이>입니다.
백제 사비에 살고 있던 연이는 어느 날 이세계로 빠져버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강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죠. 이를 발견한 연수(본래는 악어인데 사람모습으로 변신 가능!)가 연이를 구해줍니다. 연이는 이 곳이 어디인지, 어쩌다 오게 됐는지 전혀 기억이 없어요. 연이의 이야기를 들은 연수는 연꽃의 세계 가장 아래에 살고 있는 장파족의 수장 백두옹에게 그녀를 데리고 갑니다. 백두옹은 연이에게 도움을 받고 인간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죠. 바로 현재 있는 연꽃의 세계에서 용의 세계(바다)로 가 용의 비늘을 얻어 산악의 세계를 거쳐 봉황의 세계로 간 후 봉황이 내어주는 외뿔새를 타야만 인간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퀘스트를 줍니다.
연이에게는 아픈 오라비가 있습니다. 연이의 어미는 연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욕열로 죽었고, 아비는 궁의 직인으로 절에 있습니다. 아픈 오라비를 돌볼 사람은 연이뿐이죠. 연이는 오라비를 위해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신수 백택의 도움으로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용의 세계에 도착한 연이. 백택과 연수의 지혜를 얻어 용을 찾은 연이는 사정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용의 비늘을 용이 선뜻 내어줄 리 없습니다. 용은 130년간 박산에 갇혀 있는 외수를 용의 세계로 데려오면 비늘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박산으로 갈 수 있도록 날개가 달린 사슴 비아록을 불러줍니다.
박산으로 가는 동안 비아록은 외수에 대해 알려줍니다. 외수는 바닷속 아무도 관심 없는 깊은 곳에서 홀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외수는 물고기의 얼굴에 새의 다리를 하고 사람처럼 서서 걸어다녔죠. 기이한 모습 때문에 모두 외수를 꺼려했습니다. 외수는 살아남기 위해서 독해져야 했죠. 그런데 이런 외수를 용이 품어줍니다. 외수를 가여이 여긴 용이 외수에게 천둥과 번개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주고 비를 내릴 때마다 외수와 동행했죠.
잘 지낸다고 생각할 때 운명이 훼방을 놓습니다. 외수는 어느 날 봉황의 사자로 용의 세계에 오게 된 인면조신을 보게 됩니다. 새의 형상에 사람의 얼굴을 한 인면조신을 본 외수는 그를 따라 산악의 세계로 향합니다. 하지만 기이한 생김새로 산악의 세계는 그를 배척하고 화가 난 외수는 산악의 세계 곳곳에 능력을 이용하여 천둥과 번개를 때려버립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봉황은 외수를 잡아 박산에 가두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용감하고 순결한 새로운 이가 와야만 그를 풀어주겠다고 선언해버리죠.
^^ 연이는 외수를 찾아 무사히 용의 세계로 갈 수 있을까요? 봉황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산악의 세계를 건너야 하는데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요? 오라비가 죽기 전에 도착해야 할텐데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고대의 향과 빛,
그리고 잃어버린 세계를 찾는 아이의 여정
이 소설은 초등고학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쓴 소설입니다. 한국적인 신화가 가득하죠. 소설을 쓰는 내내 정말 즐거웠어요.
상상력이 없는 저에게 <백제금동대향로>에 조각되어 있는 생물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최적이자 취저였습니다. 흑.....
이번에도 주제넘게 표지작업을 해 봤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스케치 후에 GTP에게 채색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강 옆에 범과 악어(연수)도 새롭게 그려달라고 했어요.
외수 저거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새의 다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지느러미...뒤통수에 달린 지느러미도 이상하게 표현 됐네요? (없던 목걸이는 어디에서 하고 나타난 거냣!)
스케치 전에는 더 별로였어요.
봉황타고 날아감. ㅋㅋㅋㅋ 굉장히 인도느낌이 강하죠?
요즘 시간이 나면 GPT와 이러고 놀고 있습니다.
잠깐 보여드리면..
용은 네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은 작은 연이를 향하고 있었고, 머리에 달린 길고 굵은 갈기는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구름처럼 우아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수리에서 솟아 나온 두 갈래의 뿔은 목 뒤까지 길게 뻗어 있었는데 완만한 곡선이지만 강인해보였다. 온 몸은 비늘로 덮여있었고 색은 검은색이 감도는 어두운 푸른빛이었다. 땅을 딛고 있는 발에는 커다란 발톱이 있었는데 화가 났는지 당장이라도 땅을 움켜잡을 것처럼 힘이 들어가 있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꼬리에는 지느러미가 붙어 있는데 물고기의 지느러미와는 달랐다. 더 크고 길었으며, 반짝이고 빛이 났다. 용의 모습을 본 연이는 저도 모르게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손이 떨리고 턱이 맞부딪혔다.
“바다의 물과 파도여. 어찌 이 어리고 미천한 것이 이리로 올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었단 말이냐?”
용이 입을 열자 용의 주위로 물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왕이여. 저 아이에게 백택의 지혜를 느꼈습니다.”
“백택? 하얀 사자 말이냐?”
“네. 저 아이는 수많은 입구 중 가장 작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다의 소금이여. 어찌 이 아둔하고 어리석은 자에게 문을 열어주었단 말이냐?”
바닥에서 하얀 모래처럼 생긴 소금들이 소용돌이를 치며 솟아올랐다.
“왕이여. 저 아이는 연꽃 정령의 기운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는 초록색 악어 말이냐?”
“네. 저 아이의 눈에 정령의 기운이 서려있습니다.”
용은 다시 연이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누구냐?”
출처: 가제. 향로의 아이
“그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들었니?”
“네. 용왕님께서 들었어요.”
“그래. 그는 물고기의 머리를 하고, 새의 발을 갖고 있지. 그리고 사람처럼 걸어 다닌다. 이런 기구한 생김새 때문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어. 그는 바다의 구석진 바위틈에서 태어났단다. 알에서 깨어났지. 어미도…… 아비도 없었어. 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 그런데 태어나고 보니 너무나 기묘한 모양새라 모두들 그를 꺼렸단다. 그와 마주치면 불운 하다는 말까지 생겼지. 그랬던 외수를 용이 품어줬다. 그를 가엽게 여긴 것이지.”
연이는 비아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비아록이 다시 말했다.
“그의 고약한 성미는 어쩌면 그런 연유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른 생김새와 지켜줄 어미도 없이 태어난 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는 강하고 단단해져야 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남들이 생각 없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그는 매번 상처를 받았을 거야. 용은 물과 비를 다스린단다. 물은 만물의 원천이지. 용은 그런 외수에게 번개와 천둥을 다룰 수 있는 재주를 내려주셨지. 다들 기가 막혔지만 용의 판단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외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냈단다. 그는 비를 내리는 용을 따라다니며 적당한 곳에 번개와 천둥을 내렸지. 항상 멸시받던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인정해 준 용에게 감사하며 용을 따랐어.”
“……그런데 왜 산악의 세계로 갔나요?”
“다른 이들은 그가 용을 배신했다고 생각했어. 못난 자신을 안아준 용을 외수가 배신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단다. 외수로써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지. 바로 외수가 우연히 산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면조신(人面鳥神)을 보게 된 거란다.”
“인면조신이요?”
“그래. 인면조신. 산악의 세계에 살고 있는 봉황의 사자(使者)다. 인면조신은 인간의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 있지. 외수는 용의 포용으로 번개와 천둥을 다스리게 됐지만, 그래도 항간에서는 아직도 기묘한 생김새와 예전의 성질머리를 버리지 못했다고 수근 대는 이들이 남아있었지. 그런 외수에게 인면조신은 봉황이나 다름없이 비춰졌을 것이다. 물고기도 아니고, 새도 아닌 외수와 인간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갖고 있는 인면조신. 둘 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겠지. 외수는 심부름을 다녀간 인면조신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지. 자신도 산악의 세계에서 인면조신처럼 대접 받고 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새의 발을 갖고 있으니 산악의 세계에 올라갈 조건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어. 그는 산악의 세계에서 그저 못생기고 기분 나쁜 불청객에 불과했단다. 심지어 영예로운 인면조신을 넘봤다는 불명예까지 안아야 했다. 다음은 용에게 들은 그대로다. 산악의 세계에 천둥과 번개로 불이 번지고 짐승들이 도망을 갔지. 봉황은 화가 났단다. 바다에서 외수가 없어지고 산악의 세계에서 그가 벌인 만행은 금세 용에게까지 들어갔지. 용은 비를 이용해 불을 껐지만, 외수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봉황 역시 용이 외수를 아꼈다는 것을, 그의 허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100년의 시간과 새로운 이라는 제약을 걸었단다. 용은 이 조건이 절대 깨질 수 없는 약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만물이 있는 이 곳에 새로운 이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인간이 들어왔다. 이것은 봉황과 용 모두 예상 못한 일일 테지.”
비아록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출처: 가제. 향로의 아이
가제. <향로의 아이>는 지금 투고 중이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덧붙여-
제목을 고민중입니다. <향로의 아이> 와 <백강에 연꽃 하나> 중 고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