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브 아부 토하(Mosab Abu Toha)
‘시’란 무엇일까?
왜 시를 쓰고, 왜 시를 읽는 것일까?
어릴 적 국어시간에 ‘시’에 대해 배웠다. 함축적 의미, 상징, 은유 - 단어 속에, 문장 사이에, 문단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숨은 의도를 이해하고 외워야 했다. 어떤 시는 감동을 주었고, 어떤 단어는 볼 때마다 마음을 찡하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거나 상상력을 자극했다. 시를 읽는 동안 나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감정과 기분이 일렁이는 걸 느꼈다.
팔레스타인 가자 출신의 시인, 모사브 아부 토하(Mosab Abu Toha)는 지금 뉴욕에 살고 있고, 2024년에는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1992년생인 젊은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왜 시를 쓰는지, 시와 그의 인생에 관한 인터뷰가 그의 시집 <내 귀에 숨겨진 것들(Things You May Find Hidden In My Ear)>의 뒷부분에 실려 있다.
그에게 시란 주변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혹은 알고는 있었지만 지나쳐버린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출입국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없는 위험한 가자에서, 믿기 어려운 현실과 고통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절망과 위협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다른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시였다.
모사브의 시에는 종종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잃은 할아버지를 상상하며 상실에 관한 시를 쓴다.
모사브는 형제자매 중 절반, 아버지의 형제자매, 외가 쪽 가족들까지 수없이 많은 상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직접 목격했다.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자랐고,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끝없는 이주를 경험했다. 결정적인 기억은 2000년 9월 30일, 12살 소년 무함마드 알두라(Muhammad al-Durrah)가 이스라엘 군의 총탄에 가자에서 살해되는 장면을 직접 본 일이었다. 무너져내린 건물들 속에서 그의 삶은 계속해서 파괴되고 또 파괴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그렇게 천천히, 서서히 상처받았다. 그러나 ‘시’ 속에서는 꽃과 구름, 나무와 바다가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곁에 늘 있었지만,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시를 읽으면 흔한 레몬조차도 아름답게 보였다. 마치 또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었다.
1992년 그의 탄생 이후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는 끊임없는 충돌과 전쟁의 연속이었다. 1995년 오슬로 협정, 제2차 인티파다(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대규모 민중 봉기), 그리고 2023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까지 이어진 분쟁과 학살의 연대기 속에서 그는 직, 간접적으로 경험을 했다.
영어를 사랑했던 모사브는 원래 부모님의 평생 빚을 갚기 위해 영어 교사를 전공하려 했다. 하지만 한 시인의 작품을 접한 뒤, 그는 더 이상 교육 분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문학을 전공했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이 느낀 것을 다른 이도 느끼게 하고, 다른 이가 느낀 것을 자신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그는 ‘사명’을 안고 시를 썼다. 모사브는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잠시라도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그에게 시는 그것을 세상에 전달하는 유일한 도구였다. 세상 모든 예술가 중 단 1%만이 유명세와 큰 부를 얻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이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모사브는 그것이 바로 ‘목적’이라고 했다. 강한 의지와 사명감이 자신을 더 용감하고 더 민감하게 만들어준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에게 예술이란 결국 ‘목적’이자 ‘사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연구하고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와 의도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