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은 거창한데 내용은 사실 별 것 없다. 홀로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글쓰기이고, 제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소설을 쓰기 위해선 스스로 고립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즈음 나는 E 유형에서 I 유형으로 바뀌었다. 다소 사람이 재미없어졌고, 조용해졌다. 인생이 흑백으로 보이며, 감정의 변화도 크지 않다. 차분하거나 울적하거나 시니컬하거나 몽롱하거나 넷 중의 하나다.
요즈음 나는 결혼에 대해 생각한다.
이전 글에 쓴 적 있는데 결혼할 남자는 없지만 내년 겨울로 결혼 날짜를 정했다고. 그 글을 쓰던 당시에 나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어쨋거나 사회생활을 8년 정도 했고, 열심히는 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여러모로 지쳐서 누군가에게 몸을 의탁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하지 않을 사람은 아니지만 (극도의 불안감이 있어서 7일 정도만 쉬면 미쳐버릴 지경이랄까... 닥치는 대로 일을 찾는 스타일) 그냥... 말이라도 조금 쉬어도 된다 하는 사람이랄까, 정말 실제로 한 7일 정도는 쉬어도 되는 환경이랄까... 내가 생계를 위해서 버는 게 아니라 생계에 조금 더 더하는 형태로 벌어도 되는 환경이랄까 그렇게 되길 원했던 거 같다.
글을 쓰던 당시에 올해 9-10월 즈음에는 결혼할 만한 사람을 찾고 싶다 했던 거 같은데... 왜냐면 적어도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딱 그 시점이 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모든 계획 아닌 계획을 파기해야 할 거 같다.
첫째. 현재 내가 모은 돈이 별로 없다.
20대에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순간순간에 집중했다. 어차피 30대를 맞이 하지 않을 거라고 내심 믿고 있어서다. 그러니 대학 졸업하고 글을 좀 써보다가 가장 빠르게 취직 가능한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월급이랄게 뭔가... 주급으로 받았는데 1달에 약 120만원 정도 벌었다. 시작 급여가 낮았기 때문에 나는 업무 시간으로 친다면 최저임금도 되지 못하는 급여를 받아왔다.
그나마 좀 괜찮나 싶은 월급이랄까... 그걸 받기 시작한지 2년 정도가 됐다.
돈을 딱히 못 버는 와중에 나는 배우는 것에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글부터 연극, 제봉, 외국어, 소모임 등등 그렇게 쓴 돈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 내게 많은 보탬이 되었다. 나름 할 수 있는 한 조금씩이라도 저축은 하긴 했지만... 결혼 자금이라고 말할 만한 정도에는 되지 않는다. 즉, 경제적 여건상 결혼하기 어렵다.
어려서 딱히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그 탓에 부모님은 노후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삼남매고 우리 밑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서다. 고로, 원조를 받을 수 없다. 내 돈으로 결혼해야 하며 추후 부모님의 노후 대비를 삼남매가 도와드려야 한다. 나는 첫째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정신차렸어야 했는데 모르겠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나 하나 책임지고 살기도 버거운 형국이었다. 핑계지만 너무 바빴고, 이런저런 생각하기 싫어서 더 일에만 매진했던 거 같다. 남은 건 약한 몸뚱아리라 이제야 운동이라도 하지만...
그리 어린 나이가 아니고 딱히 모은 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결혼, 허황된 꿈이었다. 집값도 마련하기 어려울 거다.
둘째, 어떠한 확신을 줄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는 것보다 나를 믿는 게 빠르다.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오려고 했던 탓일까, 잘 기대지 못하고 악착같이 살아오는 게 익숙해져 있어서 상당히 지친 지금에 와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만한 사람은 없다.
잘 알고 있었는데도 이 사실을 다시 되새김질 하고 있자니 조금 속상하다. 나는 표현력이 좋은 편이고, 잘 안고, 예쁘고 다정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한테는 무한정 애정을 보이는데 그건 내가 불안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그냥 내 마음이 불안정할 때 더더욱 그렇다.
즉, 마음 상태가 울적하거나 불안하거나 여러모로 안 좋을 때 나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표현하며 더 많이 사랑을 퍼붓는다. 아마 내가 그런 것을 받고 싶어서 였을 거다.
최근에도 좀 그랬다가 현타가 오면서 약간 정신이 들었는데 불안한 상태에서 그런 상태를 티내고 싶지 않아서 더 그런 거 같고.... 내가 표현하면서 일종의 자기최면이랄까 그런 걸 걸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다. 이러한 행동의 부작용은 현타가 어느 순간엔 오게 마련인데 그럴 때 좀 심적 타격이 크다는 거다.
나, 또 뭐하고 있었지 싶은 생각과 역시... 하는 생각으로 좀 침잠한다.
바삐 살던 시절에는 세상이 전장터였는데, 이제 좀 많은 걸 내려놓고 살자니 세상은 사막이다. 전장터와 사막, 둘다 척박한 환경인데 전장터를 살던 시절엔 내 연약한 마음을 갑옷으로 겹겹이 싸서 살았다. 사막이 되니까 그러한 마음이 조금 밖으로 드러난다.
겹겹이 싸두고 외면하고 내가 스스로의 마음을 핍박하는 것보다는 지금이 아마 건강해지고 있는 과정일 거다. 알고는 있는데... 나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예전에 애착 유형 테스트를 한 바 있는데 나는 <공포-회피형: 혼란 애착>이었다.
타인도 못 믿고 나 자신도 못 믿는 유형이란 뜻이다.
따듯했다가 차가웠다 반복할 바엔 늘 차가운 편이 낫다는 쪽이다. 나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걸 싫어하며, 특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대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기대했다 실망하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번번이 기대하게 되고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낳는다.
혼란형 애착이 드러나는 방식에도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이렇다.
1. 할 수 있는 한 애정을 표현한다.
2.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무언가 돌아오지 않는다 싶으면 상황을 살핀다.
3. 언제나 한 쪽 발을 뺄 준비를 하고, 미련이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4. 딱히 많은 요구를 하지 않고 몇 번 해보다가 만다.
5. 확신이 없을 때는 애정이 남아 있더라도 헤어짐을 택한다.
성숙해보일 수도 있다. 성숙한 연애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보다는 버려지기 전에 내가 떠난다는 말이 맞겠다.
대체로 사람들은 애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박대한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나는 그 '특정한 사람'을 만나서가 아니라, 그냥 내 입장에서 '그 위치'에 서게 되는 사람에겐 늘 성실한 편이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다.
대다수는 박대하며, 결국 내가 바라는 정도나 종류의 애정은 받을 길이 없다. 그렇다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줄여보면, 역시나 내 마음이 줄어드는 편이어서... 그냥 할 만큼 하는 걸 고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 나이대의 연애란 게, 결혼하지 않는다면 딱히 미래가 약속되지 않는 유형이다. 어차피 결론은 '헤어짐' 하나인데 사람을 사귀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할 수도 있겠지... 연애만 해도 괜찮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애정을 주고 표현한다는 건 그 만큼까진 아니라도 절반 정도는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대는 실망을 낳고 결국엔 힘들 뿐이니, 타인에게 '기대겠다'라는 희망을 품을 바엔 홀로 서는 연습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요번 년도 내내 이 두가지 선택지에서 오락가락하는 기분이었는데 차츰 '홀로서기' 쪽으로 추가 기운다.
셋째,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삶은 외로움이 수반되며, 더 열심히 벌어야 한다.
홀로 서기에 대해 생각하면 가장 첫째로 든 생각에 애가 없겠다 였다.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가들 덕질을 하는 편인데 특히 2-3살 정도의 아이들이 예쁘더라. 그러나 그 나이까지 키우려면 필연적으로 인고의 시간, 경험하지 않고는 결단코 알 수 없는 종류의 희생이 따른다. 또한, 그 희생과 헌신을 함께 할 만한 사람이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겠지.
일종의 힐링처럼 아기 유튜브를 찾아봤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욕망 아닌 욕망이 생겼던 거 같아서 오늘을 기점으로 끊어볼까 한다.
가정이 없고, 애가 없으며 혼자 산다는 건 외롭겠지. 고독할 것이고. 나는 온기를 좋아해서 누군가 안는 걸 좋아하는데 홀로 평생 산다면 그런 종류의 온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그 온기를 충족하던데 나는 강아지, 고양이 둘다 무서워해서 그 편도 어렵다.
불안하거나 그럴 때 온기가 필요한 거니.... 최근에 차크라에 관심 갖기 시작했는데 그냥 심장 차크라 쪽을 좀 회복하거나 명상을 하면 나을까 싶기도 하다. 이것도 해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큰 건 경제적인 것이다. 혼자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어서다. 그런 한편, 생각해보면 가정을 이룬다 한들 일을 쉴 수 있는 입장은 아닐 텐데 그냥 혼자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일, 앞날에 대해 생각하는 건 스스로 너무 낯설다. 순간순간이 아닌 미래까지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다. 무언가 'goal line' 을 지정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미래를 그려보는 건 쉽진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첫째. 회사 밖에서 글쓰기로 돈 버는 법을 조금 더 구체화시키자.
사기업에서 40대까지 버티는 것도 사실상 힘든 현실이다. 또한 회사생활이 그리 잘 맞지도 않다. 고로 30대 안에 프리랜서로 살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회사 안에서 작가라는 게 '작가 나부랭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순 소모품으로 기능할 따름이어서다. 애석하지만 글은 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다.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가 아니면 그저 잡가, 보조(어시스트)일 따름이다.
일단 글로 먹고 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1. 강의
2. 2차 저작권
강의를 하려면 책을 조금 더 내야 한다. 지금 1권을 냈지만 수상집이어서 에세이가 됐건 소설집이 됐건 추가로 필요하다. 스펙적으론 나쁘지 않지만 작가로 어필할 만한 '건수'는 없어서다. 회사에 소속된 작가로는 어필하기 어렵다. 내 소설이나 에세이를 어떻게든 좀 더 내야만 한다.
2차 저작권으로 돈을 번다는 건 정말 더 어렵다.
현재 장르소설을 쓰고 있는데 이 판은 정말 영화/드라마에 팔리는 게 아니라면 쉽지 않다. 권유 받은 일로는 <웹소설>이 있는데 저번에 한번 써보긴 했지만 철저한 분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 하나, 긴 장편을 완결해본 경험이 있어야 그 뒤부터 쉬워질 것이다.
고로, 이번 년도 연말까지 내게 남은 목표는 이거다.
1. 12월까지 공모전과 신춘문예에 글을 낸다.
2. 중편 소설 분량을 1번이라도 완결낸다. (이건 내년 상반기 목표)
3. 운동으로 근력 만들고 목표 체중을 달성한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기 위해서)
목표를 위해 해야 할 것은 <기력 회복>이다. 정신을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3가지를 해보고 난 뒤에 웹소설을 다시 공부하든 분석 방향을 잡든 해야 한다. 뭐든 하나씩 해내야지, 한번에 다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니까.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하겠다. 어차피 사람을 만나러 나가든, 누군가를 진득하게 만나든 외롭지 않은 일은 없다. 사람은 본디 그냥 외로운 존재다. 그런데 둘이 있어도 외로울 바엔 혼자 외로운 게 낫지.
쓸데 없는 결혼 같은 생각은 이제 하지 말자. 언젠가 하겠지 이런 쓸데 없는 기대의 선택지도 버리자. 혼자 사는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하자.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고, 글을 쓰다 보면 고독이든 외로움과도 친해질 거다. 사람은 본디 외롭고 왜 태어났는지 모르나 언젠가 다가올 죽을 날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원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댕댕이 같은 성향이어서 글쓰기 어려웠는데 요즈음엔 다행히 차분해지고 있다. 이제 '선택'했으니 뒤 돌아보지 말고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