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삶원색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야 Jul 27. 2022

일곱 난쟁이들의 이름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예쁜 백설공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숲 속을 헤매던 공주는 어쩌다 들어온 난쟁이들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지내다가 마녀를 만나 독사과를 먹게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그렇다. 이처럼 가장 서두에 있는, 인물과 사건을 더 상세히 인지한다.


그러나 내가 인상 깊게 봤던 백설공주 이야기 속 인물은 일곱 난쟁이 중 행복 씨였다.


나의 글을 읽던 중, 일곱 난쟁이들에게 이름이 있었나 싶을 것이다. 그들은 존재했다.

누구보다 백설공주를 가장 잘 따르고 좋아했으며 항상 웃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상 속에도 이름이 나타난다.

숲 속의 어느 마을에서는 "똑똑 씨(리더), 행복 씨, 재채기 씨, 멍청이 씨, 졸음 씨, 심술 씨, 부끄럼 씨"라는 이름을 가진 일곱 난쟁이들이 살고 있었다.


너의 숨은 취향 찾기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 각자 다른 성격 유형과 취미, 생김새 등의 자아는 존재했다.




그들은 매일 보석 광산에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캐며 생산적인 일을 한다. 일정한 행동과 분업은 꼭 우리가 출근해서 마주한 정신없는 터전 같아 보였다.


각자 성격에 맞게 일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꼼꼼한 리더, 똑똑 씨는 광산에서 캔 다이아몬드를 찾아 보석을 감정했고, 항상 걱정이 많아서 투덜거리는 심술 씨가 기계를 점검했다.

행복 씨는 문을 잠그는 열쇠를 관리하는 등의 다양한 역할 말이다.


기면증이나 알레르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재채기 씨와 졸음 씨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꼭 일곱 난쟁이들 같았다.

어쩌면 이들처럼 각자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 혹은 기억하지 못한 채 매일 같은 일상에 바쁘게 빠져 사는 것은 아닌가 제법 애잔했다.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는가,


1. 나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2. 나는 습관적으로 글이나 그림을 끄적이며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3. 나는 지인들과 함께 퇴근 후 마시는 맥주의 청량함을 제일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


4. 나는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와 닭볶음탕이 먹고 싶은 사람이었다.


5. 나는 느지막한 저녁에 잔잔한 바람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6. 나는 요거트맛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취향이라는 것은 나에서 비롯되어 성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개성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생각보다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작은 지적에도 쉽게 좌절하고 실망했다.


사소한 걱정도 누구보다 많이 했고 가끔은 나를 좀 먹은듯한 불안과 우울에 사로 잡힐 때가 많았다.

혹여 누가 내게 칭찬이라도 하면, 시키지 않아도 나의 단점을 늘어놓으며 나를 깎아내릴 만큼 말이다.


그래서   뚜렷한 색깔이 될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스타일과 개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존중할  있는 그리고 존중받을  있는 범위와 영역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감사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일곱 난쟁이들의 모습도 좋지만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기억하는 일곱 난쟁이들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너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이전 04화 파랑새를 찾아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