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학년인 첫째와 2학년인 둘째가 파자마 파티를 하겠다며 큰아이방에서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안방에서 혼자 잠드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아이들이 내 곁에 머물 시간도 큰아이는 9년, 둘째는 11년 정도가 남았다.(대학입시기준)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나를 떠날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설레고 기쁠까?
게다가 남편마저도 노년에 각자 행복하게 살자 하니 감사한 마음뿐이다. 둘 다 노총각, 노처녀였던 관계로 만난 지 6개월 만에 급하게 진행된 결혼이었고, 축복처럼 두 아이가 연달아 찾아와 주었다. 그럼에도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본 게 나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 아이들 독립시키면 신혼처럼 둘이서 알콩달콩 살아보자"라고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정색을 하며 "나는 산에 다니며 즐겁게 살 테니 당신도 당신 인생을 즐기시라'라고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나는 좀 섭섭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축복인 말이 없다. 동생에게 이 말을 전했더니 "신혼 때도 신혼처럼 못살았던 사람들이 무슨 아이들 독립시키고 신혼처럼 살겠대! 언니네는 졸혼을 해야 해! 졸혼!"
졸혼이라? 생각만 해도 신난다. '각자도생'할 그날까지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