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28일 만에 일출을 봤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앞만 보고 왔을까. 해가 뜰 때까지 바라봤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부러웠다. 소소한 삶을 바라면서도 야망이 꿈틀거렸다. 그냥 태양이 되고 싶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저 사람 돕는 것이 좋았던 학창 시절이었을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회복지사 시절이었을까. 아니면 본래 가진 마음을 인제야 깨달은 걸까. 아, 사람을 사랑하게 된 그때였구나. 바로 나의 첫 국토종주였다. 군 제대하고 복학생이 되었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달라진 점 하나 없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사람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소심쟁이에 학생 본분을 잊은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내세울 거라곤 군대에서 열심히 단련한 몸뿐이었다. 그래도 자기 객관화는 할 줄 아는 인간이어서 다행이었다. 변하고 싶었다. 여름방학에 부산으로 떠났다. 오로지 두 발로. 국토종주는 내 세상을 바꿨다. 자유를 알게 했고, 사람을 사랑하게 했다. 그것들은 곧
‘세상은 아름답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홀로 버틴 16일은 긍정적인 내일을 꿈꾸게 했다. 걷기가 가진 힘을 느꼈다. 이후로 걷기는 삶의 일부였다. 걷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걷기가 가진 힘을 사람들도 느꼈으면 했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되고 싶은 이유는 그저 사람들이 좋았으면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