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답고 순수한 감정을 나는 걸을 때 느낀다. 빠르기보다 느리게, 천천히 갈 때 비로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찾고 싶었던 소중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하루가 멀어질수록 가슴 뛰는 일이 적어지는 것 같다. 처음만큼 가슴이 뛰지 않는다. 부모님이 처음 데리고 갔던 놀이공원, 평생 우정을 약속했던 친구들과의 첫 여행, 여자친구와의 첫 데이트. 전날 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가까스로 잠들었던 떨림, 대학 입학, 공모전 입상, 취업, 이직,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성공,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 그때의 떨림과 두근거림이 사라졌다. 매일이 똑같다고 느껴지는 지루한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오갔던 길을 걸었다. 평소보다 느린 걸음이 유일한 차이였다. 대단한 차이도 아니었는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푸른 액자에 걸려있는 흰 구름이 보였다.
‘와, 날씨 좋다’
기분이 좋아졌다. 초록 잔디밭을 뛰노는 강아지가 보였다.
‘엄청나게 신났구나!’
기분이 좋아졌다. 익숙한 풍경은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또 어떤 것들이 있을지 두리번거렸다. 내 왼쪽 가슴에 자리 잡은 빨간 드럼이 점차 소리를 키웠다. 가슴이 뛰었다. 가슴 뛰게 한 걷기는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했다.
세상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두 눈에 담고 싶다.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빨리 가면 지나칠 수 있다. 느리게 가면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나에게 걷기가 다시 보인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걷기 같은 존재가 있으리라 믿는다(그렇다고 꼭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슴 뛰는 일이 없다고 해서 전혀 잘못될 것도 없다). 그냥 무료하게 생각하는 여러분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이 입혀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