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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Jan 06. 2025

감정표현

24년, 전국일주를 정리하다 든 생각

나는 감정이 잘 보이는 사람이다. 얼굴에 티가 난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감정을 잘 숨기고 덤덤하게 넘어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감정표현에 있어 어른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 짓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 즐거울 때, 감정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드러내고 숨기고가 아니었다. 감정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나는 감정을 얘기할 줄 몰랐다. 얼굴에 티가 나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화날 때나 피곤할 때 그랬다. 감정이 보이는 건 어른답지 못하다는 바보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사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해서 인정하기 싫었다).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은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아닌 말해주는 사람이다. 나 이래서 기뻐, 나 지금 매우 기분 나빠처럼 말이다.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닌 그대로의 상태를 전달하는 말이 필요하다. ‘기쁘다, 화났다, 슬프다, 즐겁다’, 단어만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그렇다고 터져 나오는 감정을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가령 눈물처럼).


감정은 분출이 아니라 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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