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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y 06. 2024

광고는 서비스업이다.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중3이 된 아들은 여전히 농구선수부터, 파리의 노점상까지 한 달에도 몇 번씩 미래의 직업을 바꾼다. 

엄마보다 혹여 내 DNA의 퍼센티지가 좀 더 높다면, 10년 후 광고 산업이 AI로 초토화되어 있지 않는다면, 

훗날 아들이 광고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할 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정리해 들려주고 싶었다.


나는 기업의 광고주로 15년 정도 일을 했고 광고대행사에서 9년째 일하는 중이다.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주로 가는 경우는 많으나 그 반대의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니 광고주에서 광고대행사로 온 사람의 이야기는 흔치 않은 차별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아들에게만 들려주는 게 너무 아깝다는 것이 메모장이 아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다. 




늦은 나이, 광고대행사 경험이 일천함에도 리더로 일을 시작했으니 내 광고대행사의 경험은 밑바닥 고난이 깊이 베이 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브런치에 있는 글의 대부분은 광고에 대한 긍정적 관점의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아들에게 이야기해 준다고 생각하니 광고의 명과 암에 대한 상반된 관점 모두를 전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첫 번 째 글에서 광고는 가치를 찾는 일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거창한 듯 보일 수 있으나 이런 업의 의미는 분명 광고대행사의 생활에 도움을 줄 거라 믿는다. 

두 번째 정의를 내려본다면 광고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이다. 광고주가 되어 광고하는 것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광고대행사부터 포스트 프로덕션들에서 광고를 하게 된다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과 같다. 


학부 시절 예술대학에서 공부했던 나는 예술 대학의 다양한 과 사람들과 교류했다. 영화, 연극, 사진, 산디, 공예, 조소... 광고를 업으로 삼게 되면서 학창 시절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보고 경험한 많은 예술 방법론들이 광고에 동원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광고대행사의 제작부서에는 그런 전공자들이 꽤 많이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고를 예술적인 무엇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광고에 예술적인 기법들이 동원된다고 해서 광고가 예술이 될 수는 없다. 

광고와 예술 모두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가 예술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차이는 예술이 그 자체로의 가치를 갖는 것과 달리 광고는 상품이나기업, 브랜드, 서비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품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예술적 요소들이 광고의 제작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광고업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광고를 예술과 비슷한 무엇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예술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능동적 작업이지만 광고는 광고주의 생각을 담은 수동적 결과물이라는 것도 큰 차이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한 지원자가 펜타클의 문을 두드렸다.

등단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던 내게 그는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어쩌면 카피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 기대감으로 그는 합격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광고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해 더 하찮게 이야기하자면 광고는 광고주가 의뢰한 마케팅 방법론의 하나를 여러 예술적 요소를 통해 만들어내는 서비스업에 불과하다. 


굳이 오래전 일을 들추고 예술을 들먹이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쩌면 광고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면역력을 얻었으면 하는 이유에서다. 


그렇다 광고는 서비스업이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를 위해 의뢰한 방향에 맞게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것은 영상일 수도 있고 이벤트나 프로모션, 작은 온라인 배너 광고일 수도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90%에 가깝고 소비자가 반응하는 광고가 아니라 기업의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반응해야 하는 광고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갑과 을의 관계이다 보니 돈 주는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순응해야 는 일이 다반사며 무리한 일정과 쓸데없는 요구도 수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쟁 PT를 통해 광고를 수주해야 하는 업의 특성 때문에 매 달 국가고시를 치르는 마음으로 비딩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에 부칠 때가 많다. 


그럼 이런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이 어려운 일을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가? 나의 대답은 주저 없이 '그렇다'이다. 

이 대답의 이유는 다양한 글을 통해 더 이야기할 예정이지만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광고의 첫 번 째 정의로 이야기한 것 '광고는 가치를 찾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광고에 대한 환상이나 잘 못된 관점의 정의들로 이 업을 시작하면 그 기대치를 무너뜨릴 도처에 도사린 수많은 힘든 일들로 인해 '광탈 (광고계 탈출)'만을 기다리는 가여운 영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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