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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I May 17. 2023

나는 우울하다.

아니, 불행하다.

나는 우울하다. 아니, 불행하다.     

내가 우울하고 불행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난 드디어!!!! 40살이 되어버렸고, 키 160cm에 몸무게 83kg의 초고도비만, 허리디스크 환자에 머리숱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그나마 유일한 자랑이었던 피부도 호르몬 불균형으로 트러블 투성이에 모아놓은 돈도 없는, 최저 임금을 받고 일주일에 62시간을 일하며 3잡을 뛰지만 엄밀히 말하면 4대보험조차 없는 백수인 싱글이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11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영업을 한 4년의 기간을 빼고는 7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던 나이기에 4대보험을 받지 못하는 알바는 백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행복하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모순 중에 모순이며 정신과 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한 미치광이 상태인 거겠지.     

이 글을 쓰는 순간 불행이 내 머리채를 콱 움켜쥐고 우울의 바닷속으로 질질 끌고 가 날 처박는 상상이 떠오른다.     

타고나길 예쁘지 않은 얼굴과 머리숱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이미 늙어버린 나이는 돌이킬 수 없다 쳐도... 살을 빼고 다시 직장에 취직하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있음을 잘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나 어렵다.     

사실 그동안은 우울에 침전되어 내 현실을 돌아볼 힘조차 없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내 뱃살이 눈에 들어올 리가..)     

그러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러다가는 정말 내가 할 줄 아는 일은 스스로를 죽이는 일밖에 남지 않겠다는 실질적인 두려움이 공황장애와 함께 찾아온 후 난 모든 것을 끊어내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4년간의 잉여 생활 (4년 동안 100원도 벌어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중 2년간의 히키코모리의 삶을 접고 스타벅스에 취직했다.     

스타벅스는 예전에도 일하고 싶어서 두 번이나 지원했지만 떨어졌던 곳이었는데.. 인생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친 지금에서야 오히려 붙다니.. 정말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가 싶었다.     

스타벅스는 소문대로 군대벅스라는 치졸한 별명이 붙을 만큼 텃세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직접 느낀 바는.. 텃세라기보다는 다들 일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서인지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서인지 짜증이나 화가 많고, 그 불같은 짜증과 화에 갓난아기같이 유약한 신입 바리스타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물론 점바점, 케바케, 사바사다)

하지만 난 39살에 초고도비만인 나를 뽑아준 것만으로도 - 그만둔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 진심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 이 점은 앞으로도 평생 감사할 것 같다)     

동네 식당 서빙 자리도 외모를 보고 나이를 보는 걸 잘 알기에... (알바몬에 들어가면 40대를 뽑는 곳은 모래 속 바늘 찾기고.. '연령 제한이 없음'이라고 공지한 곳에서도 전화는 오지 않는다) 서비스 직군에서 나이에 대한 편견과 외모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군가를 뽑아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그렇게 7개월가량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스타벅스를 결국 사람 (한 인간) 때문에 아쉽게 그만두고 (건강 악화를 핑계로 그만두었지만) 9 to 6로 풀로 일하는 사무직 알바와 주말에는 파리바게트, 올리브영 알바를 하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쓰리잡의 꿈을 이루었다.     

한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정신도 없었지만... 잉여인간에서 탈출했다는 마음에 잠시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히키코모리, 잉여인간에서 탈출하니 이젠 초고도비만이란 사실이 날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일지 모른다.     

처음부터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던 것도.. 파이트 히비!! 히키코모리+비만 탈출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 글 이후 7개월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제는 금주, 다이어트에 관한 글을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7개월 전처럼 브런치에 글을 남기며 비만 탈출에 도전해 보려 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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