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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Oct 20. 2023

삼성 역설


 

필자의 한국 대기업들의 기업 철학과 기업인에 대한 예우와 의미부여가 못내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인들이 현대사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동시에 부의 독점으로 인해 '재벌'이라 비판받으면서 불법과 탈법 사이를 곡예하듯 교도소 담장을 걸으며 살아온 게 한 두해가 아니기 떄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재벌에 대한 오해와 박해가 그 정점을 찍었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회장은 박근혜 정권당시의 국정농단에 관여되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었으며, 역대 최고의 상속세인 11조원과 이에 덧붙여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2조원대의 미술 작품을 '자발적으로' 국가에 헌납했다. 

이런 삼성의 현실의 원인은 삼성 경영 철학, 기업 가치 철학의 확립과 커뮤니케이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라, 삼성 철학의 뿌리가 우리의 전통과 철학, 퇴계의 성과 경, 남명의 의를 이었음을, 삼성은 그들의 기업철학과 가치 경영 철학을 적극적으로 발굴, 발전, 설파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단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어온 기업 조직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고 그 결과 기업이 또다시 '정치적 정당성', '시민권력에 의해 선택받았다는 당위성'을 무기로 내세운 정치 권력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삼성이 나름대로 가치 발굴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삼성이 기업 가치, 기업 철학의 원류를 우리 한국의 정신, 내부의 철학에서 찾지 않고 외국 사례에서 찾는 헛발질을 했다. 2000년대 중반 필지가 삼성에 몸담았을 때의 경험이다. 삼성 그룹 연수에 참가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 중에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장이 삼성의 성공 비결에 대한 강연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신화적 성장이 한창이던 때였는데,  삼성의 성공비결에 대해 새로운 이론이나 경제소장다운 설명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경력직 채용 간부들에게 그가 내놓은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그 당시는 약간 실망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삼성 성공요인이 경제적 요인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경제적인 요인이 아닌 어떤 정서적 문화적 요인 철학적 요인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당시는 명확하게 발굴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답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2000년대 중반은 당시 기업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었고, 삼성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에 가치경영의 중요성이 차차 대두되던 시점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구조본(구조조정본부의 줄임으로 실제로는 전 그룹의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삼성의 최고 핵심 브레인 격인 조직이다. 삼성 내에서는 가장 선망받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의 핵심) 에서 전 삼성그룹 직원에게 내려보내는 신년 메시지에서 삼성의 나아갈 바를 스페인 대항해 시대의 모험과 기업가 정신에서 찾고 있었다. 왜 삼성이 스페인 엔리케 왕자의 대항해 시대에서 기업의 가치와 나아갈 바를 찾아야 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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