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생각이 나, 이북식 녹두전

by 윤달래

지금은 명절을 지내는 집이 거의 없어지고, 우리 집도 차례를 없앤 지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명절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기름 냄새이다. 어릴 적 명절에 시골에 모이면 엄마와 큰엄마, 작은엄마들은 부엌에 모여 여러 종류의 전을 부쳤다. 동태전, 동그랑땡, 두부 부침, 호박전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북식 녹두전을 빠지지 않고 꼭 만들었다.


조금 크고 나서는 명절날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에 연휴가 오는 것이 싫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챙기지 않다 보니 그 기름 냄새가 그리워지는 때가 오긴 오는 것이다. 그중에서 제일 많이 생각나는 음식은 녹두전. 호박전이나 동그랑땡 같은 것은 시장에 팔기도 하고 마트에 기성품도 많이 있지만, 시장이나 식당에서 파는 녹두전은 우리 집에서 만들어 먹는 녹두전과는 결이 살짝 다르다고 해야 할까. 이북 출신이던 조부모님의 영향으로 명절에 이북식 음식을 몇 가지 먹었는데 그중 하나가 녹두전이다.


시장에 파는 녹두전은 속 재료가 특별하게 들어가지 않지만, 우리 집 레시피에는 여러 가지 속 재료가 들어간다. 고사리, 양파, 숙주, 다진 돼지고기, 대파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익은 김치. 충분히 불려 잘게 간 녹두에 재료들을 넣고 부쳐 먹으면 고소하면서 속 재료의 식감이 느껴지는 것이 다음 명절에도 또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물론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만큼 맛있으니, 식구들이 먹을 생각을 하면서 만들다 보면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녹두전 만들기


재료

녹두 500g. 고사리 한 팩, 양파 한 개, 숙주 300g, 다진 돼지고기 300g, 대파 한 대, 김치 반 포기, 부침가루 세 스푼, 소금 한 티스푼, 미림 두 스푼, 간장 두 스푼, 설탕 한 스푼, 후추 약간



1. 녹두는 네 시간 정도 불려 물에 비벼 씻어 껍질을 최대한 제거해 준다.


2. 고사리와 숙주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준다.


3. 양파와 대파는 작게 다져 썰고, 고사리와 숙주는 2cm 정도 길이로 숭덩숭덩 썰어준다.


4. 돼지고기는 분량의 미림, 간장, 설탕과 후추를 넣어 주물러 섞어 팬에 물기가 모두 날아갈 때까지 볶아 식혀준다.


5. 김치는 양념을 적당히 걷어내고 송송 썰어낸 후 물기를 살짝 짜준다.


6. 불려둔 녹두가 잘 갈리도록 물을 살짝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다.


7. 6에 준비해 둔 속 재료와 소금 한 티스푼, 부침가루 세 스푼을 넣어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8.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손바닥 크기로 부쳐준다. (이때 반죽은 너무 얇지 않게 펴고, 너무 자주 뒤집기보다 바닥면이 충분히 노릇하게 구워지면 뒤집어 주는 것이 맛이 좋다.)


KakaoTalk_20251003_182301316_01.jpg 양배추무침과 초간장을 곁들였다. 간장이 없어도 간이 충분히 잘 맞는다.

이 이북식 녹두전은 숙주와 고사리 등 아삭한 식감이 느껴지는 재료가 많기 때문에 녹두의 고소함과 재료의 식감이 어우러지는 맛이 상당이 훌륭하다. 게다가 속 재료로 맛있게 익은 김치가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간장이나 양념을 찍어 먹지 않아도 간이 딱 적절하게 맛있다. 본격적으로 명절을 챙기지 않지만 맛있는 명절 음식이 생각난다면 이 녹두전을 한 번 만들어 먹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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