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머무르는 사람은 잘 떠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by staynwriter

내가 지난했던 치유기를 잘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해온 요가 때문이다. 요가는 느슨해진 마음 근육을 잡아주고 중요한 시기마다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다. 요가를 하면서 몸에 문제들을 개선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몇 동안 되지 않았던 구르기 자세와 외발 서기 자세에 집중하고 있다. 등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경직되었고 쟁기자세, 어깨 서기 자세가 잘 되지 않았다. 왼쪽 발목 힘이 부족해서 외발 서기 자세가 안 되는 것도 4년째 반복되고 있다. 4년째 안 되면 이제는 좀 정성을 기울여서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신경도 쓸 법한데 나는 계속 안 되니까 여전히 안 되겠거니 하면서 무관심했다. 그런데 이런 내 몸에 관심이 있던 건 계속 나의 몸을 관찰하신 원장님이었다.


내 몸은 뭔가 이상했다. 등 근육은 다른 회원보다 잘 쓰는데 앞 근육이 부족해서 배를 당기고 유지하는 힘이 부족했다. 나는 단순히 복근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힘을 주고 있다는 건데 이렇게 살다가는 통증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이완훈련을 시작했다. 호흡 훈련을 하면서 등 쪽으로 호흡을 보냈고 등이 자연스럽게 둥글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쟁기자세를 할 때 등이 한 번에 닿아 퍽! 소리가 나지 않았다. 원장님은 내가 힘을 빼면 앉아 있는 자세가 누가 봐도 한결 편해 보일 거라고 했는데 하루 종일 몸에 꽂꽂히 힘을 주고 있었다니 생각만으로도 고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발목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무의식 중으로 한쪽 다리로 체중이 쏠리진 않는지, 서 있을 때 두 발바닥이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상을 관찰해 보니 왼쪽에는 체중을 싣지 않고 오른쪽에 힘을 많이 주고 있었다. 무릎인대가 늘어나 고생할 때도 한쪽으로 체중을 실어서 생활하다 보면 반대쪽 인대가 다시 늘어나 있었는데 그래서 왼쪽 힘이 약하구나 싶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앞서 말한 앞 근육을 키우기 위해 집에서 짧게나마 매일 플랭크 자세를 했다. 그렇게 일주일 지났을까. 요가원에서 자세를 하는데 발목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으로 코어를 잡아주고 호흡까지 만족스럽게 해냈다. 수련을 하면서 이 낯선 안정감에 어안이 벙벙했다.


내게 필요했던 건 안 되는 자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보강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달리기를 할 때 매일 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코어나 허벅지, 종아리까지 잡아주는 보강운동을 꼭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까지 온몸 곳곳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한 가지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운동은 처음 수학을 배우듯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머무르는 힘과 일상을 떠나보는 일도 한 세트로 묶여 있다. 지난주에 답답한 마음에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악몽을 꿨다. 다음날도 파도 소리를 틀어놓고 명상을 했고 또 악몽을 꿨다. 난 그날 일어나서 바다로 떠나야겠다고 다짐했고 지난 토요일에 강릉으로 떠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듯이 씻고 준비를 하고 강릉으로 향했다. 원주를 지나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는데 바다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서 거북이처럼 기어가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이 걸려 도착한 바다는 언제라도 그랬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원하면서도 차가운 공기와 탁 트인 하늘 그리고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가 반가웠다. 강릉에서 한 것이라곤 흑임자 라테를 한 잔 마시고 친구가 자주 간다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상호명이 끌리는 독립서점에 구경을 갔다가 다시 바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것뿐이다. 그런데 다시 마음이 살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잘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일상을 잘 살아가는 사람은 잘 떠날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떠나지 않았던 것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피곤해서, 돈이 없어서, 나가봤자 고생이니까, 집이 제일 편하니까 등등. 앞으로 좀 더 잘 돌아다녀 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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