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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자국

이동우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78).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꿰맨 자국


이동우


누구의 것일까, 물에 잠긴 이 꿈은



바닷물이 빠지자 잠든 나무가 깨어난다 조수가 갯벌에 음

각한 가지마다 푸른 감태가 무성하다

탄피가 수복했던 숲, 멸종위기종이 많은 습지였다



수술 자국을 만지며 내다보는 창밖, 갯벌 한복판을 가로

막는 가시철조망이 설치되고 있다

살을 파고들던 바늘의 냉기, 물뱀처럼 감기던 실, 형광등

빛이 흔들린다

생살 양 끝, 실매듭이 벽을 잡아당긴다 팽팽해진 꿈은 늪

처럼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발목을 잘라먹고

철사에 잠긴 가로수를 본 적 있다 움푹 패인 곳은 꿰맨 자

국 같았다 비명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목발이 삐끗할 때면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총성이 파도 소

리에 박혔다



갯고랑을 휘감으며 쇠가시가 넝쿨로 자랐다 농게가 집게

발을 들어 잘리지 않는 것을 자르려 했다 어둠이 달려들었다


덤프트럭이 인근 산들을 가시철조망 안으로 들이부었다

갯메꽃밭에 설치된 경고판

녹물이 샌다, 누구의 꿈인지 모를 꿈속으로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목발이 삐끗할 때면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총성이 파도 소리에 박혔다


(꿈속일지라도 너무도 무서운 광경이다. 우선,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거대한 바닷물의 출렁임만으로도 가위에 눌릴 것 같다. 총성이 파도 소리가 된다는 표현은 멋지지만,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꿈은 둘째를 잃어버리는 꿈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꾸는 꿈이다. 이런 시를 쓴 작가님은 군대에서 훈련받은 기억이 있을까? 영화? 이야기? 이런 것을 상상으로 쓸 수 있다면, 이미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분일 거라는 생각에 미치면, 시도 시인도 막막해져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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