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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에게 가족과 지인의 지지와 격려가 중요한 이유는?

by 최환규

대기업에 다닐 때의 일이다. 회사에서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필자의 업무 능력 부족도 한몫했겠지만, 그 회사는 건강하지 못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어 조직원이 서로를 믿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동료를 이용해 자기에게 이익이 될까를 고민하는 회사였다. 그런 상황을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힘든 건 사실이기 때문에 퇴근 후 술의 힘을 빌려 그 과정을 버티는 날이 많았다. 출근해야 하는 아침을 맞이하기 싫어 일부러 TV를 보거나 멍하게 있으면서 잠자리에 늦게 들었다.


몇 달 동안 이런 생활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피곤이 누적되었고, 변화가 없는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 수준은 점점 더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심장 통증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입원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렇게 사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이 들면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이런 상황들이 퇴직 후 갈등과 스트레스를 공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다. 직장이 있는 서울이 싫어 남쪽 끝인 통영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휴가가 시작되는 날 아침 가족들에게 출발한다고 말하니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라는 가사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이었다. 힘든 상황을 배우자에게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힘든 사정을 모르고 그저 운전하는 아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지만 아이들의 의도와는 달리 그 노래를 듣는 마음은 달랐던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은 엄청난 힘이 된다. 퇴직자가 어려울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자원을 얻을 수 있다면 퇴직 후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나 지인 등 퇴직 후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퇴직자도 많다. 자신에게는 경제적 여력도 있고, 신체도 건강하니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누군가는 도와줄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 운명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어려운 상황이 눈앞에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본인이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사실 퇴직자가 퇴직 준비를 위해 돈보다 먼저 고민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 일 수 있다. 돈은 퇴직 후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다. 만약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친구가 없다면 노후 자금을 넉넉하게 준비했더라도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을 혼자서 달랠 수 없기 때문이다. 퇴직자에게 닥칠 큰 위기에는 ‘외로움’이 있다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혼자 지내는 것만큼 어려운 상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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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울 때나 슬플 때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개인이 어려운 상황이나 스트레스를 겪을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지지나 위로는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지인의 정서적 지원은 퇴직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릴 수 있고, 외로울 때 함께 대화하거나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앞에서 퇴직자에게 봉사 활동을 권유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도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손님들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피곤이 사라린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TV 화면에서 가끔 본다. 이런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만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맛본 사람은 요식업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공감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도 충분히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이 불러준 노래가 큰 힘이 된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와 도움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면서 도움을 준 사람에게도 ‘힐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도움을 학자들은 ‘사회적 지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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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가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지는 다양하다. 퇴직자가 배우자나 자녀, 친지나 지인으로부터 받는 정서적 도움이나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복지관, 종교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지원이나 공공 기관에서 하는 봉사 활동과 같은 사회적 참여까지 모두 포함된다.


사람은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을 때 부담감을 느낀다. 이런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베풀 필요가 있다. 베푸는 대상은 반드시 자신에게 뭔가를 준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 사람도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 되면서 그 혜택이 언젠가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퇴직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정, 관심, 신뢰나 경청과 같은 지지이다. 이것은 퇴직자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상당히 큰 행동이다. 둘째,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취업준비생에게 직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등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눌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일을 돕거나 대신해 주기, 돈이나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는 등 상대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이것 또한 신체가 건강하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도움이다.


퇴직자가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퇴직자에게 존재감을 느끼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자신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그리고 심리 건강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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