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퇴직자로서는 건강이 퇴직 후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젊은 사람 중에는 건강과 돈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으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를 판매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포기하기도 한다. 가족을 위해서나 다른 목적으로 인해 휴일도 없이 일하다 건강을 해치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택시 기사로부터 들은 말이 택시 할부 값을 갚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하다 모든 할부를 다 갚자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의 사례를 몇 차례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가장의 책임일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그나마 가치 있는 희생일 수 있다.
직장인이 건강하고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익히기란 쉽지 않다. 필자도 제대로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의 다양한 원인을 알게 되면서 필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쉽게 접한 방법이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 줄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며 긴장 상태가 된다. 투쟁-도피 반응은 사람이 어떤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위협에 맞서거나(투쟁) 혹은 도망치는(도피) 행동을 준비하는 일련의 생리적 변화를 의미한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것은 뇌 활동이 느려지면서 걱정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잠시 희미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술은 뇌의 착각과 함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게 된다. 알코올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도파민 같은 쾌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도파민과 같은 쾌감 물질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를 채우려고 시도한다. 즉,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나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았을 때 느끼는 분노나 화 혹은 서글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대신 일시적인 편안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술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
술과 함께 건강을 해치는 또 다른 원인은 ‘흡연’이다. 술을 마실 때 흡연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금연을 선언한 사람이 술을 마실 때 흡연의 유혹을 참지 못해 금연에 실패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흡연과 알코올 모두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흡연을 통해 담배 속 니코틴을 흡수하면 니코틴은 혈관을 타고 뇌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니코틴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쾌감을 느끼게 한다.
문제는 술과 담배 등 외부 요인으로 도파민이 자주 분비되면, 뇌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쾌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학습하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는 담배를, 담배를 피울 때는 술을 찾게 만든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술과 담배는 해로운 것이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술과 담배는 최악의 조합이다. 당뇨만으로도 생명과 직결된 동맥경화증 발생 위험률이 3~4배 정도 증가하는데, 여기에 알코올과 니코틴까지 추가되면 그야말로 불난 곳에 휘발유를 끼얹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술과 담배는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 노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람도 있다. 바로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의 뒷담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술은 인간관계를 연결하는 촉진제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명약 중의 명약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힘들고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서 그 순간을 넘기려고 시도할 때도 많았다. 술을 마시면서 상사나 동료의 뒷담화를 시작하면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에 취해 술이 술을 부르고, 2차 3차를 외치기도 한다. 이런 기분은 그다음 날 상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싹 다 사라지고,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과 무능력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기만 한다. 이처럼 뒷담화는 심리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치는 쉬운 방법이지만,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술을 마실 때 먹는 음식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술을 마실 때 안주는 건강식이 아니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선택하는데 대표적인 메뉴가 삼겹살이나 치킨이다. 삼겹살이나 치킨을 건강식이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삼겹살과 튀긴 치킨은 둘 다 높은 칼로리, 몸에 해로운 포화 지방이나 트랜스 지방이 많고, 나트륨 함량 또한 높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삼겹살을 안주로 술을 마시면서 주변 사람을 뒷담화한다면 신체 건강, 정신 건강 그리고 심리 건강을 한꺼번에 해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경험하지 못한 퇴직자는 쉽고 효과가 높은 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중독과 치매라는 최악을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퇴직자의 건강에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이다.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퇴직을 했다면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는 건강한 방법을 지금부터라도 익힐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퇴직 후의 시간을 좀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