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Feb 11. 2024

흐린 낱, 말


말끝이 흐린 날

 

높은 하늘이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제 말의 뜻을?

 

무엇을 위해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새벽을 잘 버티고 일어나면

 

또 괜찮아

괜찮을, 거야

괜찮기를

 

어떤 말을 하기는 쉽지

흩뿌리고 담을 수 없는 그런

 

흐릿해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그래서 떨어지는 중이야

 

어렴풋한 사람은

 

오래 누워서 꿈을 꾸고 있어

우린 늘, 너무나 가난해서

 

잠든 마음이

 

꿈을 꾸는 건

살려달라는 말이지?

 

네가 자꾸 웃으니까

네가 자꾸 죽으니까

 

꿈을 사랑하면 언젠가는

버림, 받을 거야

 

네가 나를 꼭 잡아줘

같이, 떨어져도

 

너는 자고 있으니까

너는 깨어 있으니까

 

계속 시를 쓰게 해 주세요

아픈 사람들을 위해

저 문을 열어주세요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느려도

꼭 숨을 쉬어

놓지는 마

 

무엇을 위해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말끝을 흐리면

어김없이 비가 왔다

 

오랫동안


이전 21화 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