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절반도 오지 않았는데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때 나는 멈출 수 있었나
기억 속에 떠난 이를 하나 더 새긴다
나를 처음으로 떠나갔던
잔뜩 구부린 채 떨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데
아이의 골수를 들여다보면
엄마는 간이침대에
아빠는 바다에
언니는 누군가의 집에
어쩐지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탄생했다고 할 수 있나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어울린다
천사는 고향이 없대
너는 보았니 그 새벽을 이해하니
나는 감히 타인의 눈물을 재지 않게 되었다
나를 사랑한 날보다
사랑하지 않은 날이 더 많고
끝에는 항상
미처 막을 수 없었던
돌이켜보니 실수였던
내가 있었다
지구 어딘가에는 늘
곁에 머물러 주는 다정한 천사들이 있어
아이는 멈추지 않고 거듭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