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Feb 05. 2024

천사의 탄생


책의 절반도 오지 않았는데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때 나는 멈출 수 있었나

기억 속에 떠난 이를 하나 더 새긴다


나를 처음으로 떠나갔던

잔뜩 구부린 채 떨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데


아이의 골수를 들여다보면

엄마는 간이침대에

아빠는 바다에

언니는 누군가의 집에

어쩐지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탄생했다고 할 수 있나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어울린다


천사는 고향이 없대


너는 보았니 그 새벽을 이해하니

나는 감히 타인의 눈물을 재지 않게 되었다


나를 사랑한 날보다

사랑하지 않은 날이 더 많고


끝에는 항상

미처 막을 수 없었던

돌이켜보니 실수였던

내가 있었다


지구 어딘가에는 늘

곁에 머물러 주는 다정한 천사들이 있어


아이는 멈추지 않고 거듭 태어났다


이전 19화 겨울의 비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