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구두 한 짝을 신고 왔다
분명 미래를 베고 잤는데
신은 아이에게 하늘이 있다고 했다
아이의 구두 같은 연두색 하늘이
아이는 구두를 아꼈다
매일 푸른 길을 달렸다
한 짝이 벗겨진 줄도 모른 채
떨어진 구두는 흰 벽을 타고 올랐다
멈추지 않고 새벽까지 걸었다
상실감이 벽을 타고 흘렀다
전부 울 때까지 계속 흘러내렸다
아이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계속 달렸다
아픈 아이는 신에게 물었다
아직도 하늘이 연두색이냐고
아이야, 더 꿈꿔도 된단다
너는 한 짝을 신고도 이만큼 달려왔잖니
아이는 다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