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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Feb 16. 2024

나의 전시장


나는 안간힘을 썼다

온 평생 사랑하지 않으려고


책의 맨 뒷장을 훔쳐보고

영화의 결말을 묻는 습관


슬픔에게 기억을 내어주지 않으려

무던히 애써도 다시 비감에 잠기고


마음을 박고 매달아


주렁주렁 걸려있는 동그라미들

아무것도 떼거나 팔 수 없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전시장에서


나는 평생을 쫓기고 있다


달리다 보면 여기 어딘가에서

어떤 문장을 찾게 될 것만 같아


하루를 녹이고 싶은 그런


그것만 찾으면

그게 결말이라면

나는 또 하루 살 수 있어


그 문장을 끌어안고

나를 물들이겠다는 다짐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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