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간힘을 썼다
온 평생 사랑하지 않으려고
책의 맨 뒷장을 훔쳐보고
영화의 결말을 묻는 습관
슬픔에게 기억을 내어주지 않으려
무던히 애써도 다시 비감에 잠기고
마음을 박고 매달아
주렁주렁 걸려있는 동그라미들
아무것도 떼거나 팔 수 없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전시장에서
나는 평생을 쫓기고 있다
달리다 보면 여기 어딘가에서
어떤 문장을 찾게 될 것만 같아
하루를 녹이고 싶은 그런
그것만 찾으면
그게 결말이라면
나는 또 하루 살 수 있어
그 문장을 끌어안고
나를 물들이겠다는 다짐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