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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Mar 21. 2024

바다에 잠긴


자주 꿈을 꿔 그물에 걸린 나를

당신이 안간힘을 다해 건져 올리는

 

그 어떤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몇 번이나

우리 좀 살려달라고 몇 번이나

 

얼마나 많은 빛을 바다에 던졌어?

 

우리가 그냥 여름에 살았으면 좋겠어

당신은 그 바다를 포기할 수 없을 테니까

 

어쩌면 평생

 

사랑이 너무 깊어서

등대는 너무나도 애처롭고

 

우리 같은 시간을 헤치고 버텼는데

왜 당신의 시간만 급하게 흐른 것 같지

 

사랑, 아니 그건 너무 가볍다

 

나는 얼마나 많은 빚을

아마 평생 당신을 나는

 

빚은 검푸른 빛이 좋겠어

해뜨기 전 아무런 희망도 없는

그럼에도 빛을 빌어야 했던

당신이 살았을 어떤 세상 같은

 

어린 나는 너무 아팠고

 

나는 당신의 빛

아주 깊고 약한

 

당신은 매일 바다로 떠나고

물길을 가르며 뭍으로 돌아온다 

 

아주 다행히도

 

그날 왜 나를 파도에 던지지 않았어?

 

당신은 나의 빚

아주 깊고 슬픈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아

 

너무 멀리 가지는 않았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까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건 그 바다가 좋겠어

 

아주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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