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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밤

by 보통의 건축가

계엄의 밤


늦은 밤 세상 밖으로 나와

가위를 누르던 말이 있어

방으로 무례하게 뛰어든

눈을 뜨고도 꼼짝할 수 없는

사악한 주문이었지

깜깜한 어둠이었다가

백린탄이 터진 듯

가슴이 하얗게 타버렸어


내일은 재가 되고

바람에 날린 아침은

영영 도달하지 않을 것만 같았지

그렇게 보낸 날도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어


그저 농담이었다고

당연히 올 아침이었다고

허약한 내가 꾸었던 꿈일 뿐이라고

무례한 목소리가

내 방을 넘어오지 못하게


바람이 불고 불이 붙어도

무너지지 않을

내 방을 지키고 있으면

아침이 올 거야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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