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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Dec 12. 2022

[18번째 월요일] 오늘의 '나'를 기억한다

20-30대의 나는 원색과 같은 사람이었다. 

빨강, 노랑, 파랑처럼 자신만의 색상이 분명했고, 그렇다고 스스로 믿었다.


모두에게 그러하듯이 나도 시간의 예외이지 않았고, 지금 나의 색깔은 흐려지고 또 멍청해 져 버렸다.

좋게 이야기하면 ‘덜’부담스러운 파스텔톤의 인간이 된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색의 사람이 된 것이다.


재밌는 건 옅어지는 나의 색깔과 함께, 나의 기억도 희미해지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잘했는지도 점점 모르겠고, 이제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세월과 함께 이미 ‘나’를 상실하고 있다. 사실 이미 매일 조금씩 ‘나’를 잊어가고 있다.


가끔 대청소를 할 때, 어김없이 발견되는 예전의 노트 그리고 글들.

‘음,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가?’ 

‘아니, 내가 이렇게 말했구나…’

라며 놀랜다.


때로는 과거의 내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아마 모두가 마찬가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재발견의 순간!


인생에 닥친 여러문제들을 해결하며 살다보면, 가끔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이 소용돌이는 종종 생각지도 못한 낯선 곳에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한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다 보면, 모든 기억은 쓸려가고 없어진다.


그래서 엄마가 늘 그렇게 시작하셨나 보다.

언뜻 잊어 버렸던 자신이 생각났을 때,

"옛날에 내 꿈은 말이야..."


여기 브런치, 그리고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를 기억하기 위해,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큰 재능이자 신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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