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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Nov 24. 2024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투쟁, 갈등, 그리고 나의 선택

방송대 시험 일정이 잡히면서 나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험이라는 이유는 집회 불참에 대한 타당한 사유가 되었고, 나는 이를 통해 불참을 스스로 정당화했다. 시험이라는 명분은 내 선택을 당당하게 만들어 주었고, 더 이상 미참석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집회 당일,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참했다. 우리 팀만 해도 13명 중 단 3명만이 참석했다. 집회가 일요일에 열렸고, 개인적인 사정이 주된 불참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근무 환경 개선과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정당한 권리를 위해 외쳤던 집회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다.


추운 날씨, ‘내가 목소리를 낸다고 바뀌겠어’라는 자기 합리화, 그리고 집회 참석으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런 이유로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집회에 단 3명만 참석한 것이 부끄럽다는 한 동료 형님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감이 들었다. 참석 여부는 강요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 의지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회에 불참한다고 해서 그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쟁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현재 팀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느꼈다.


우리 팀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주변 동료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팀장은 이를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경력 순위라는 이유로 그를 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은 각자의 노선을 따르게 되었고, 팀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 채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함께 헤쳐나가는 상황이라면 서로를 돕고 의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편의만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호의를 보였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내 안에 남아 점점 더 나를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말을 아끼고 있다. 이기적인 동료와 팀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답답함이 남아 있다. 내가 왜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배송 지역의 격차가 왜 바뀌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그 격차는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투쟁하자는 외침 대신 “너 다 해먹어라”는 냉소와 무관심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 또한 점점 "내 살길을 찾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기울고 있다.


다 같이 투쟁하려면 같은 목적의식과 공정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배송 지역 간 격차는 너무나도 뚜렷했고, 이 불균형 속에서 모두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계를 우선시하며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집회는 생계 걱정을 벗어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이유가 아니라, 우리 조직과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번 물량 폭탄 사건(500개 이상의 이벤트 물량 배송)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어려울 때 외면하던 이들이, 정작 자신들이 힘들 때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내 구역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변경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이 현실은 나를 깊은 혼란에 빠뜨렸다.


모든 불합리한 점을 극복하고, 스스로 좋은 모습을 보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조차도 어쩌면 이상적인 꿈에 불과하다는 회의감이 점점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현실은 이상과 멀었고, 나는 그 간극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도 있다. 많은 이들이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각자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배송 지역을 지키고 생존 방식을 찾아가는 모습은 이 사회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동종 업계의 침범을 경계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현실이며, 그들이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도 어쩌면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원망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기보다는, 사람은 원래 그런 존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맡은 일에 애착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며, 내가 원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더 좋은 조건의 이직 제안이나 지역 이동 권유가 있다면 받아들일 의향은 있다. 그러나 내가 현재 지역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는 단순히 힘들고 어려워서가 아니다. 나는 실력을 인정받아 더 어려운 일도 해낼 준비가 되어 있고, 더 나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역은 다른 사람들보다 불리한 구역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 구역을 형편없다고 여기며 일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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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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