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문의 입구 앞, 성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지만, 방금 전의 폭발적인 기세는 한풀 꺾인 듯했다. 눈앞의 상대는 단순한 강자가 아니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성전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알겠지?" 건이 다시 한 번 막대기를 가볍게 휘둘렀다. 허공이 진동하며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 여파만으로도 바닥이 움푹 패이며 주변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성전은 이를 악물고 검을 움켜쥐었다. "젠장,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힘이야...!"
건은 성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너는 단순한 힘만을 믿고 싸운다. 검에 기를 불어넣고, 불꽃을 두른다고 해서 그것이 곧 강함은 아니다."
성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걸음은 가벼웠지만, 그 한 발자국이 마치 전장을 지배하는 듯한 위압감을 주었다.
"강함이란 단순한 기술의 파괴력에 있지 않아. 상대를 읽고, 움직임을 이해하며, 그 흐름을 조종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성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마치 최후의 광휘를 불태우듯이.
그러나, 그는 곧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의 몸에서 다시 한 번 붉은 오라가 피어올랐다. 이번엔 이전과 달랐다. 불꽃이 더욱 정교하게 정제되었고, 그의 검이 마치 하나의 결정체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내가 검을 쥔 이유,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
성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 하늘을 찢는 듯한 검기가 발산되었다. 그러나 건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막대기가 부드럽게 움직이자, 검기는 허공에서 갈라지며 사라졌다. 그 기운은 건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공간을 지배하는 듯한 기운이었다.
성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지만, 건의 움직임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그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성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그 순간—
"멈추지 마라, 성전."
깊고도 압도적인 목소리였다. 천비문의 석문이 천천히 열리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비단으로 장식된 제국군의 갑주를 입은 그는 성전과 같은 깃발을 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제국군의 간부임을 증명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건은 흥미로운 듯 시선을 돌렸다. "제국군이 단신으로 움직인다더니, 꽤나 큰 무리를 데리고 왔군. 이렇게까지 준비한 걸 보니, 내 생각보다 너희도 천비문을 두려워하는 모양이야."
성전은 흐릿한 시야로 그를 바라보았다. "테라스... 네가 직접 온 건가..."
제국군의 간부, 테라스. 성전과 동갑내기이자 오랜 경쟁자였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성전을 내려다보았다. "너답지 않군, 성전. 이렇게 쉽게 쓰러지다니."
그러나 그 말과 함께, 테라스가 손을 가볍게 휘젓자 공기가 흔들렸다.
"천비문을 열어라."
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천비문의 거대한 석문이 갈라졌다. 내부에서 무림인들이 황급히 뛰쳐나오며 자세를 잡았다. 흙먼지가 거세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제국군의 무장한 기사단과 기수들이 일제히 전진했다.
적색 깃발이 나부끼며, 날렵한 검술을 익힌 기사들이 창과 검을 빼들었다.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와 제국군의 강렬한 함성이 온 하늘을 메웠다. 하늘은 어둡게 물들었고, 한순간에 전장이 형성되었다.
천비문의 문파원들은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었다. 문파의 수련생부터 고수들까지, 모두가 자신들의 무공을 드러내며 제국군의 침공에 맞설 준비를 했다.
테라스가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흥,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이 병력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천비문이 아무리 오래된 문파라 해도, 결국 제국의 발밑에서 꺼져갈 운명이야."
그때, 천비문 깊은 곳에서 묵직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위청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천비문의 수장.
그는 황급히 계단을 뛰어내리듯 달려 나와 난장판이 된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전장을 훑었다. 어지럽게 무너진 석문, 쏟아져 들어오는 제국군, 그리고— 그리고, 그 시선 끝에 테라스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이 크게 흔들리며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테라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떨려 있었다. 위청은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듯했다. 테라스는 가볍게 웃으며 위청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위청. 천비문이 이렇게 직접 맞서게 될 줄은 몰랐겠지."
위청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전장 너머 제국군의 대규모 병력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검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대군.
천비문을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건은 팔짱을 끼며 비꼬듯 웃었다. "겁이 나서 군대까지 몰고 왔으면, 적어도 준비는 철저해야지. 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마."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너희 전열이 허술하군. 정복자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 테라스."
건이 막대기를 가볍게 쥐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시작해보자, 테라스." 천비문의 전사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제국군이 검을 뽑아 들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건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테라스의 시야 한가운데서 강한 바람이 일었다. 눈 깜짝할 사이, 건이 성전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건은 성전을 마치 인형처럼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거대한 힘이 작용하며 성전의 몸이 허공을 가르며 테라스를 향해 날아갔다.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성전의 몸이 무자비하게 내팽개쳐졌다. 바닥을 가로질러 굴러가던 성전은 테라스의 발 앞에서 멈춰 섰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성전의 몸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굴러가다 멈췄다. 테라스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성전은 기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직 건에게 당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휘청거렸다.
"너에게 돌려주지. 네놈이 믿는 숫자의 힘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될 테니, 잘 지켜보는 게 좋을 거다."
건이 막대기를 가볍게 쥐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시작해보자, 테라스." 천비문의 전사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제국군이 검을 뽑아 들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성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테라스를 올려다보았다. 동갑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 테라스에게 애써 경고해야 한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테라스… 조심해라. 저 자는… 단순한 무인이 아니야. 내가 본 그 누구보다 강해."
테라스는 표정을 굳히며 건을 노려보았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건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었고, 막대기를 손끝으로 휘적이며 말했다. "잘 들었겠지, 테라스? 네가 상대하려는 존재가 누구인지 말이다."
테라스는 미묘한 표정으로 성전을 내려다보았다. 자신과 동갑인 그가 저렇게까지 겁에 질릴 상대라면, 분명 보통 인물은 아닐 터였다.
'이건 단순한 전투가 아니군...'
테라스는 건을 주시하며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눈앞의 적을 과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순간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건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듯한 태도.
테라스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대체 이놈은 뭐지?'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