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팀으로 이동하기로 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때는 곧 자리가 생길 줄 알았고, 실현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그냥 흘러간 약속이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그저 시간이 흘렀고, 아무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이동한다는 소식이 퍼진 뒤로 몇몇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말을 먼저 걸거나, 슬쩍 떠보는 눈치들이 생겼다. 누가 봐도 내가 이동 우선순위 1번이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더더욱 애매한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내심 못마땅해하는 것도 느껴졌다. 짬도 얼마 안 된 사람이 신설 지역을 간다니, 당연히 불편한 시선이 뒤따랐다. 내가 그동안 힘든 구역을 1년 반 넘게 책임졌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에겐 짬이 기준이었고, 그 기준에 난 어긋나는 존재였다.
우리는 분명 계약 관계다. 각자의 일에 책임을 지고, 형평성 있게 구역이 조정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좋은 구역을 선점하고, 팀원들의 인사이동에까지 권력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흐름이 분명 존재했다.
겉으론 그런 게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조금만 지켜봐도 다 보인다. 누가 누구랑 가까운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어디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알게 모르게 형님 동생이라 부르며 라인을 형성하고, 묵묵히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는 게 순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누군가는 자신이 더 오래 일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지인이 나보다 더 먼저 들어왔는데도 아무 말도 못 하는 처지에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쌓이면 결국 나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내가 팀을 옮기려 했던 건 실장의 제안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 내부의 권력 구조를 건드린 셈이 되었다.
나는 그저 기회가 왔기에 받아들이려 했을 뿐이다. 좋은 자리로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이건 내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 억지로 빼앗은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기회를 일부러 포기할 이유도 없다. 누구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선뜻 거절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좋은 구역을 얻기 위해 로비를 했고, 심지어 이전 담당자에게 돈을 주고 구역을 사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자리를 얻는다는 인식이 팀 안엔 은근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거래 없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게 오히려 오해를 불러왔다. 한쪽에선 “빽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으니 말이다.
고생은 모두가 똑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자신이 나보다 좋은 구역을 맡게 된 이유를, 돈을 주고 샀거나 더 오래 버텨낸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 논리 자체가 그들 안에 불만을 만들어낸 셈이다. 결국 자리 하나에도 정당성과 서열이 얽히며, 감정의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자리이기에 그렇게까지 돈을 주며 구역을 얻어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선택을 함부로 폄하할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자리’란 단순한 구역이 아니라,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생존의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그 자리를 가져가려는 듯 보인다면, 그들이 불쾌함을 느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눈치를 보며 주저앉을 생각은 없다. 누군가에겐 쉽게 얻은 자리일지 몰라도, 나는 그 자리에서 증명해낼 생각이다. 결국 중요한 건 자리가 아니라, 거기서 일을 어떻게 하느냐 아닐까.
내가 듣기로, 내가 그 팀으로 추천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해당 지역의 배송 기사들이 고객과 마찰을 일으켜 강성 클레임이 자주 들어왔고, 구역이 부당하다며 단 2주 만에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실장은 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고, 그래서 일처리가 깔끔하고 안정적인 내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인맥이나 개인 추천으로 사람을 배정했다가 문제가 생긴 전례도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그런 불안 요소를 배제하고 싶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누군가의 빽’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실장의 말이 달라졌다. 이제는 차라리 이 팀에 남아 좋은 구역을 맡아 계속 일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온다. 이유를 정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아마 그쪽 상황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새로 충원될 자리엔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고, 내가 괜히 굴러온 돌처럼 보여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내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기회가 와서 움직이려 했던 것뿐이지, 남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억지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끝까지 믿는 건 결국 내 태도와 실력, 그리고 내가 맡은 일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내 왔다는 자신감 하나뿐이다.
돈이라는 현실 앞에서, 때론 늑대처럼, 때론 하이에나처럼 서로를 물어뜯는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풍경이 아직은 낯설지만, 나는 그 안에서 휘둘리지 않고 내 일에 집중하려 한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맡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는 일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