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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무게, 함께 짊어진 시작』

by 대건

3월 말부터 “조금만 기다려 달라”,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될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그렇게 몇 달을 애매한 기약 속에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종지부가 찍혔다. 내가 추천한 사람의 채용이 확정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영업용 번호판 등록과 회사와의 계약 절차뿐. 사실상 채용은 완료된 셈이다.


처음 그에게 연락했을 때만 해도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잘 될 거라 믿었고,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고, 일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감정만 상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다행히 결과는 채용으로 마무리됐다. 긴 시간 끝에 결국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어쩌면 이번 채용은, 내가 진심을 다해 이야기한 결과이자, 그가 진실되게 살아온 덕분에 얻어진 결론일지도 모른다. 그는 말 그대로 배송에 문제 없었고, 스스로 말한 대로 그만두게 된 이유 역시 단순한 파벌 싸움 때문이었다. 거짓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고, 또 누군가를 미워할 수도 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또한, 그런 인간사의 복잡함을 모르지 않기에 그의 이야기를 무턱대고 외면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의 속마음이란 알 수 없는 법이다. 내가 아무리 진정을 담아 이야기했어도, 그가 아무리 진솔하게 털어놓았어도, 그 진심이 온전히 전해졌는지는 결국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번 일은, 그런 알 수 없는 마음들 사이에서도 드물게 서로가 닿았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반대로 우리의 진심과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적은 수량에도 일을 하겠다고 한 그의 의지, 그리고 6년에 이르는 택배 경력이 그를 예상보다 쉽게 채용하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지원자들이 수익이 너무 적다며 먼저 고개를 저었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이 그의 채용을 결정지었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를 위해 진심을 다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가끔은 고민된다. 내가 그의 채용을 이토록 밀어붙인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불과 넉 달 남짓 함께 일했던 경험이 전부였지만, 나는 그의 오명을 벗겨주고 싶었고, 옆에서 일하는 동료를 위해서라도 그가 다시 일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우리에게는 사람이 한 명 필요했고, 나는 그 자리에 그가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조직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다. 남의 일에는 무심하고, 괜히 나섰다 손해 볼까 눈치부터 보는 분위기 속에서, 어쩌면 나의 외침은 조금은 낯설고 특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추천해 채용하게 되면, 그 사람의 문제가 곧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팀장은 일침을 놓았다. 듣기에 거북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 말이 결코 근거 없는 훈계가 아니라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특별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크게 걱정되는 일은 없지만, 누군가 그에 대해 말을 꺼낼 때마다 내심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책임을 떠안은 건 나니까.


이제 채용이 확정되었고, 본격적으로 당면한 현실의 과제들을 마주할 차례가 되었다. 그와 나,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은 사실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그는 팀의 막내라인으로 배치될 예정이고, 그만큼 코스가 쉽지 않다. 배송이 오래 걸리는 난코스가 많고,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해야 한다. 아직 코스 교육도 남아 있고, 팀원들과의 첫 인사도 앞두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 과정에서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그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왔고, 감안하고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실전은 말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나는 그가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물론 그 역시 스스로 열심히 해줘야 한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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