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다닌후기

새마을금고

by 대건

20대 중반에 군대를 전역하고 돈에 대해 궁금했고 돈을 제대로 알기 위해 금융학과로 진학했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나서게 되었다. 물론 전문대인지라 금융권에 입사하려면 대부 업체나 2 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2 금융권이지만 유명한 은행들이 있었다. 바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였다. 물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시기에는 그곳에 입사할 수 있으리난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남자한테는 돈이 별로 안 되는 곳이지만 여자한테는 시집가기 전 다닐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 했다. 물론 남자한테도 입사만 할 수 있다면 은행원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다가 학교를 같이 다닌 형이 원래는 보험 판매업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인가부터 신협에 취업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력서를 넣어봤는데 서류전형이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긴가민가 했다. 사실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었다. 다른 곳에 일을 하면서 야간으로 대학을 다닌 것도 있고 애초에 졸업을 목적으로 학교를 다녔으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었다. 물론 마지막 학기에는 좀 신경을 써서 올린 부분은 있다.

그래도 약간 불안하기는 했다. 어찌 되었든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스펙 좋은 사람도 있었고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면접을 지원하러 왔었다. 거의 대부분 은행이라는 허울로 온 사람들이었다.


기억나는 면접자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얘기한 여자였다. 그러다 면접 보던 부장이 늦게 일어나면 벌레를 못 잡나라고 피식 웃으면서 대꾸하던 게 생각났다. 웃긴 건 나도 같이 피식했다.

(난 늦게 일어나도 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면접을 보던 차례에서 이나라 정치 의원 중에 누구에게 관심이 많냐고 묻길래 홍준표라고 했다. 그게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전교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길래 솔직하게 잘 모른다고 얘기했고 군대는 중사 전역했고 9사단에서 복무했다 하고 면접은 끝났다. 면접을 위해 준비한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합격했다. 거의 60:1로 들었는데 그중에 여자는 2명 뽑히고 남자는 나 1명 이렇게 뽑혔다.

집에서는 경사였으며 친구들이나 학교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명망 있는 회사에 들어가니 이렇게 내가 살던 세상이 바뀌는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내 인생은 이제 피겠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입사동기와 함께 이쪽저쪽 지점을 다니면서 일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선배로 인해 일을 배울 수 있었다. 웬걸 컴퓨터 작업하는 법을 일일이 a4용지에 순서까지 다 적어놓은 것을 보여주면서 가르쳐 줬다. 물론 이후에 나 또한 그걸 배우기 위해 빈 종이에다가 형광펜 직직 그어가면서 배워갔다. 전표 넣고 도장 찍는 법 안내하는 법 마감하는 법 등을 배웠다. 초반에는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퇴근시간이 다되어가는데 다들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을 어느 정도 한 선배들은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 남은 사람들도 계속 딴짓거리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회식을 한다는 것이다. 다들 익숙하다는 듯이 정해져 있는 곳으로 나도 향했다. 사실 군대에서도 제법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아 이제부터 뭔가 진솔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상명하복이라는 게 군대보다 더 심했다. 술 세팅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상사의 지겨운 투정 소리 등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술을 엄청나게 먹었다. 군대에서도 느꼈지만 말술이라는 게 있긴 있나 보다. 난 그러질 못한다. 친구와의 술자리는 즐겁다. 그렇지만 상사와의 술자리는 고역이다 라는걸 그때 깨달았다.

한 번은 술을 왕창 먹고 집에 가기 전에 형한테 나 어디에 있어하고 기절한 적이 있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집에 있기는 했는데 아주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역에서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데려왔다고 했다.


그 후로도 술을 많이 마셨다. 이러다 간경화로 죽게 되는 건 아닌가 고민도 했다. 그렇지만 퇴사를 하게 된 건 술로 인한 건 아니다. 물론 엄마는 잘 그만뒀다 했다. 술이 떡이 되게 마셔서 그런 것 같다.

권하는 술을 거부를 못하는 탓도 있지만 사회생활은 주는걸 다 먹는 거다라고 인식해서 문제였다.


그렇지만 진정한 퇴사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새마을금고에는 공제라는 게 있다. 즉 보험이다.

이게 주 실적이다. 이걸 팔아야 한다. 고객에게 말이다.


그 당시만 해도 은행에 보험을 가입하는 사람은 적었다. 아니 새마을금고 자체가 1 금융권에 비해 고객이 없다. 하루 종일 있어도 방문객이 10명이 안된 적도 있다. 그나마 오는 사람은 옆집 떡볶이 사장님이나 근처 가게 사장님들 뿐이다. 새마을금고가 이율이 좋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일반 고객들은 많이 오지 않는다. 그런 이율 차이를 알지도 못할지언정 1 금융권이 주거래 은행이니까 그런 것 같다.


매달 채워야 하는 실적이 있다. 근데 이걸 못하면 말 그대로 쪼임이 온다. 이럴 거면 그만두라는 둥 밖에 나가서 전단지라도 돌리라는 둥 압박이 온다. 그래서 전단지는 돌렸다 당연히 실적은 없었다.

그래서 하게 되는 게 자뻑이다. 내 돈 주고 가입하는 거다.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런 식으로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1회는 내가 어차피 보험 가입한 게 없으니 내 걸 가입했다.


그러다 문득 선배들의 월급은 어떻게 되어가나 궁금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다들 월급이 들어오고 적잖은 금액이 보험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보험 횟수를 채우기 위해 내 돈 주고 가입시킨다는 것이었다.

사실 막막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야 날 믿고 가입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그래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중사 전역한 게 생각났다. 그 당시만 해도 부사관으로 전역하면 선후배 연결라인이 많기 때문에 보험가입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날 뽑은 듯싶었다.


그랬다 이곳은 내 인맥을 보고 뽑은곳이며 그들을 가입시키기 위해 날 취업시켜준 것이다.

그들을 실적 압박으로 가입시킨 후에 내가 더 이상 가입시킬사람이 없어서 그만두면 그 사람들도 모두 가입 해제하거나 그중에 보험이 맘에 들면 유지하면 장땡인 거다. 물론 중간에 해지하면 돌려받는 금액은 매우 적다.


보험이라는 게 물론 금융에서는 최고의 돈이 되는 항목인 것을 알고 있다. 필요한 일인 줄 알지만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었다. 사기 치는 게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보다 더 좋은걸 파는 건데 그게 무슨 문제인 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알아보니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단지 내가 은행에 들어와서 보험을 판매해야 하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럴 거면 내가 보험회사를 들어갔지 여길 왜 들어왔나 했다. 수수료도 그쪽이 더 많이 주는데 뭐하러 은행업무까지 보면서 그 생활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마지막에 부장이 사람이 먼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줄 알고 착각하지만 더 밑바닥으로 내려간다고 한 게 그만두고도 계속 생각이 났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생각보다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술은 안마시니까로 위안을 삼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은행업을 하면 보험업도 반드시 할 줄 알아야 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을 내가 원한 게 아닌데 끌어들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후회는 없다.

실제로 간경화에 걸린 적은 없으며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생긴 게 없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싶었다.


또 금융업이라는 게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썩어있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아닌걸 아니라고 판단한 나 자신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근성 없는 사람이라 욕할지라도 나 자신에게 떳떳했으니 난 만족한다.


그래도 가끔은 얼마 안 된 선배가 007 가방을 들고 영업하러 나간다고 했을 때 상사들이 잘해보란 게 떠오르기는 한다. (인맥한테 영업하러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니 그 용기만큼은 배웠어야 했던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은행을 만만히 본 내 과오가 크다. 그래도 값진 경험을 했으니 만족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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