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도 물밖에서도, 나만의 수영 교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남편 아침 식사를 준비하자마자 요가 매트에 누워 수영을 위한 몸을 만든다. 꾹꾹 꾹꾹. SNPE 웨이브베개에 목, 어깨, 등, 허리, 골반, 다리를 올려놓는다. 밤사이 굳어진, 나의 예민한 근육들을 깨운다.
'우리, 오늘 하루도 삐긋없이 잘 지내보자.'
편백나무 웨이브베개 위로 몸을 굴린다. 뭉친 근육이 뚝뚝 소리를 낸다. 아프다. 하지만 시원하다. 살살 풀려줘야지.
이제 애정하는 다이소 스트레칭 밴드와 함께할 시간이다. 양손으로 밴드를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게 잡는다. 팔을 머리 위로 쭉. 그리고 천천히 내린다. 양쪽 날개뼈가 찰싹 맞닿는 느낌. 팔은 옆구리에 딱 붙인다.
"아.. 시원하다~!"
SNPE 웨이브베개는 몸 근육을 깨우고, 밴드 스트레칭은 수영 팔돌리기를 부드럽게 한다. 방구석에서부터 수영을 준비해야 물속에서 수영이 매끄럽다. 당연한 이치다.
잠에 취해있는 아들을 깨울 시간이다. 수영 유튜브 채널 '굿나잇진조'를 켠다. 아들을 깨우며 방구석에서 수영 강습을 받는다. 일석이조다.
"흠~~~~~허~~! 흠~~~~~허~~!"
"오른쪽 팔 글라이딩하면서 왼쪽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라."
'아, 오늘은 왼쪽 호흡이 될 것 같은데?'
다시 수영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강습반에 들어가고 싶었다. 고민이 많았다.
평영과 접영을 전혀 못하니 초급반에 갈까? 아니다. 초급반에 간다고 평영과 접영을 배울 수 있는 허리도 아니다. 다른 분들이 배영과 자유형 발차기할 때 나만 뺑뺑이를 돌 수도 없고.
그럼 상급반은? 배영과 자유형만큼은 상급반에 들어가도 뒤처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평영과 접영이다. 예전처럼 남들은 평영과 접영하는데 맨 앞에서 혼자 배영과 자유형을 하는 건 싫다. 눈치가 보인다.
이래저래 남은 선택지는 나홀로 자유수영이었다.
배우다 만 사이드턴을 완성하고 싶었다. 어느 날 유튜브에 수영 강습 쇼츠가 떴다. 알고리즘이 내 마음을 읽었나? 참으로 무섭다.
영상을 찾아본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새긴다. 다음날 수영장에 가서 연습한다. 실패한다. 또 찾아본다. 또 새긴다. 또 연습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사이드턴이 어느새 쉽고 가볍게 완성되었다.
신기하다. 알고리즘 덕분이다.
요즘엔 왼쪽 호흡을 연습 중이다. 언제쯤 완성될까? 모르겠다. 영상을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신기한 건 어쩔 땐 물속보다 땅 위에서 이미지로 하는 수영이 더 잘 나간다는 것이다.
머릿속 수영장에서는 나도 선수다.
방구석에서 아들을 깨우며 수영 연습을 하다 피식 웃었다.
"학생 때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대입에서 수석을 했겠다. ^^;;"
채근담에서 "배움에는 끝이 없고, 깨달음에는 때가 없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지금이 가장 열심히 배우는 때인 것 같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속도로 배우는 즐거움. 하루 24시간 물속에서도 물밖에서도 수영하는 즐거움을 안다. 이런 게 행복이다.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는다. 어제의 나와만 비교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팔 돌리기. 조금 더 자연스러운 호흡. 조금 더 매끄러운 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영장 밖에서도 계속되는 나만의 수영 교실. 이것이 내가 찾은, 평생 배우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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