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헬스장 방황기
"수영장 수질관리로 인하여 오늘부터 수영장 이용이 금지됩니다."
지난 주 금요일, 수영장 여과기 고장으로 휴관한다는 소식에 코가 빠졌다. 얼마나 휴관할지 모른다는 안내문을 보며 멘탈이 무너졌다.
수영장 휴관 덕분에 센터를 등록하고 처음으로 헬스장을 이용했다. 그리고 철저히 방황했다.
DAY 1 _ 9월 19일(금) 헬스장 탐색기
수영장과 사우나실은 3층, 헬스장은 4층이다. 처음으로 4층에 올라간다. 두리번거리며 둘러본다.
헬스장, 요가실, 에어로빅실, 실내 트랙,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이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아는 것부터 해보자 싶어 실내 자전거에 발을 올려놓는다. 리모컨으로 TV를 켜려 하지만 켜지지 않는다. 다들 TV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는데 나만 멀뚱멀뚱 발을 굴린다. 무지하게 지루하다.
핸드폰으로 음악이나 들을까 했더니, 아뿔싸. 이어폰이 없다.
DAY 1 교훈: 헬스장에서는 개인 이어폰이 필요하다.
DAY 2 _ 9월 20일(토) 헬스장 적응기
오늘은 이어폰을 챙겼다. 탐색을 마쳤으니 야무지게 헬스장을 이용해보자.
어? 실내자전거에 누군가 앉더니 TV를 켠다. 아하! TV 모니터에 대고 리모컨을 누르는 게 아니구나. 중간쯤 숨겨진 셋톱박스를 조준해야 하는구나.
원래 알았던 것처럼 우아하게 TV 뉴스를 틀고, 이어폰으로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15분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별로 한 것 없는 것 같은데 몸이 끈적해진다. 왠지 땀이 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지?
아, 갈아입을 속옷을 안 가져왔다. 헬스장은 수영과 다른 게 많구나. 물속이 그립다.
DAY 2 교훈: 헬스장에는 갈아입을 속옷과 이어폰이 기본이다.
DAY 3 _ 9월 21일(일) 헬스장 배회기
이어폰과 갈아입을 속옷을 챙겼다. 방황하지 않고 실내자전거로 향한다. 오늘은 속옷도 있으니 20분 자전거를 굴려보자.
열심히 자전거를 타다가 골반이 뻐근해온다.
"아, 맞다. 나 허리골반 부실이었지."
앉아서 타는 낮은 자전거인데도 장요근이 점점 짧아지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또 골반 틀어지겠다. 허리에는 걷기가 좋으니 실내 트랙이나 걸어보자.
두 바퀴 걷다 보니 봄에 다쳤던 발목 통증이 올라온다. 에휴, 몸이나 씻자.
DAY 3 교훈: 내 몸은 헬스장과 맞지 않는다.
DAY 4 _ 9월 22일(월) 스트레칭존 탐색기
자전거도, 실내 트랙도 안 맞는다. 관절에 무리가 안 간다고 알려진 '일립티컬 머신(Elliptical machine)' 위로 올라간다. (이름도 기구에 올라가서야 궁금해져서 네이버에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페달이 타원형으로 움직이며 운동된다. 움직이는 핸들을 잡아 팔 운동을 병행할 수도 있고, 고정 핸들을 잡아 하체 운동만 집중할 수도 있다.
"이 기구는 좀 괜찮은데?"
마무리로 스트레칭을 좀 해줄까 싶어 요가실로 들어간다. 매트를 깐다. 허리에 좋다는 고양이 자세, 슈퍼맨 자세를 하며 뿌듯함도 잠시...
차가운 바닥에 얇은 매트를 깔고 엎드려서 자세를 취하니 체기가 올라온다. (원래 무지하게 잘 체하는 체질이다.) 어지럽다. 얼른 샤워만 하고 집에 가서 약 먹어야겠다.
DAY 4 교훈: 찬 바닥 스트레칭도 조심하자.
DAY 5 _ 9월 23일(화) 드디어, 마지막
"수영장은 24일(수) 06:00부터 정상적으로 이용가능합니다."
오예~! 센터에서 보낸 문자가 로또 당첨된 듯 반갑다. 오늘이 헬스장 방황 마지막 날이구나.
이름도 어려운 일립티컬 머신을 20분 하고 가벼운 몸 풀기를 한 뒤 열탕에 몸을 담근다.
손으로 물을 아래위로, 양옆으로 가른다. 회오리도 만들어보고, 물도 잡아본다. 입꼬리가 자꾸 올라간다. 누가 보면 실성했다 할까 봐 건식사우나로 들어가서 '흐흐 으흐흐' 웃고 나온다.
DAY 5 깨달음: 나는 진짜 수친자가 맞다. (수친자: 수영에 미친 자)
드디어, 내일이다.
깨끗한 새 물을 받아놓은 수영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영롱하다, 찬란하다.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내일은 1초도 쉬지 않고 30바퀴 돌아야지. 배영 10바퀴, 자유형 10바퀴, 자유형 왼쪽 호흡 10바퀴. 연습 중인 자유형 왼쪽 호흡, 내일은 수영장 물을 좀 덜 먹길.
뭐, 새 물이니까 좀 마셔도 좋고!
내일부터 다시 물살을 헤쳐보자.
깨끗한 새 물, 같이 마셔보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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