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만난 수영장, 그 청량한 설렘
"아들~, 오늘은 조금만 준비를 서두르자."
"왜?"
"오늘 수영장 재오픈하는 날이야. 물 새로 받아서 얼른 물에 들어가고 싶어."
물은 얼마나 깨끗할지. 수영장 휴관일 5일 동안 수영을 강제 금지하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자유형 왼쪽 연습을 먼저 할까. 일단,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자유형 열 바퀴를 쉬지 말고 돌면서 물을 좀 타볼까.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배영을 먼저 할까.
아들은 이제 막 일어나서 아직 아침도 먹기 전인데, 나의 마음은 벌써 수영장에 가 있다. 입꼬리가 스르르륵 올라간다.
아들 녀석이 등교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도 하고, 부직포로 밤새 쌓인 먼지도 좀 밀어내고, 사뿐사뿐 거실을 돌아다니며 큰 물건들 정리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수영복, 수모, 수경, 샴푸, 트리트먼트, 컨디셔너, 화장품을 챙긴다.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평소와는 달리, 친절한 엄마모드 장착이다. 아들이 나올 때까지 현관문도 열어주고 잔소리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잡아준다.
"엄마, 오늘 매우 친절한데? 너무 신났는데? 조심히 잘 갔다 오셔~!!!"
"응, 좋은 하루~!"
등교하는 아들과 안녕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수영장을 향한다.
하늘도 수영장 재오픈인 것을 아는지 맑고도 맑다.
"안녕, 오늘 좋겠네!"
"네, 아침부터 일찍 오고 싶어서 아이에게 빨리 준비하라고 여러 번 얘기했어요."
수영장 입구에서 아는 어르신을 만났다. 그동안 헬스장에서 내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셨던지라 오늘따라 더욱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는다. 간만에 수영복을 입으려니 힘들다. 수영 중에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수영복을 입는 것이다. 수영복은 잘 늘어나서 꽉 끼도록 입어야 한다. 즉, 쉽게 입혀지는 수영복이라면 나한테는 너무 큰 거다. 인상 쓰며 힘들게 입어야 맞는 사이즈다.
이제 수영장으로 Go go~!
맑은 물이다! 새 물이 찰랑찰랑거리며 나를 반긴다.
'꺄악!'
다른 분들도 계시기에 꾹 참고 마음속으로 '꺄악 까악, 와!!!! 너무 좋다'를 외쳤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물 너무 깨끗하지요?"
"완전 좋아요! 며칠 헬스장에서 방황하느라 힘들었어요."
목례만 하던 사이인데, 새 물이 반가워서 다들 서로 인사를 한다.
찰랑찰랑. 새 물이라 그런가. 물도 가벼운 것 같다. 산뜻하다.
쭈욱쭈욱. 기분 탓인가? 쉬었다 와서 그런가? 글라이딩도 더 잘 나간다.
커억커억. 자유형 왼쪽 호흡을 하다 물을 먹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정수기 물맛이다. 내일이면 익숙한 물맛으로 바뀌려나.
쭉쭉. 물살 위로 밀려가는 느낌도 좋다. 다섯 바퀴를 돌고 여섯 바퀴째. 물을 먹지도 않았는데, 피부로 물맛이 느껴진다. 달다. 상큼하다. 신선하다.
물살 위에서 쭈욱 나아가는 기분, 이 기분을 문장으로 어떻게 옮겨야 할까. 소금쟁이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개구리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새 물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이 설렘. 마치 오랜만에 만난 오랜 친구처럼 반갑다.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주는 청량함처럼, 수영은 내게 늘 새로운 기쁨을 선사한다.
청량한 물맛을 문장으로 옮기기 위해, 물살을 더 잘 헤쳐봐야겠다. 섬세하고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이렇게 또 나의 수영은 점점 더 달콤해진다.
"운동은 몸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위한 것이다."
- 아놀드 슈왈제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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