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꿈은 수영하는 할머니

지금 가장 즐거운 순간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

by 맛있는 하루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나요? 그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도 적어주세요."

_출처: 박애희,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과연 나는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을까. 그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생활반경이 단순한 집순이, 답은 명확하다. 수영장에 갈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수영장 물살을 헤치는 순간까지, 수영과 관련한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수영 가방을 열어 물안경과 수영모를 확인한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소풍 가는 아이의 얼굴처럼.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


물속에 들어가 첫 발차기를 하는 순간의 짜릿함. 자유형 10바퀴를 돌고 나서 차가운 물이 미지근해지는 순간.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느낌.


호흡에 집중하며 팔을 휘젓는 동안에는 세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오직 물과 호흡만 존재하는 순간.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나올 때면 어깨는 묵직하지만 발걸음은 날아가는 것 같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책을 펼쳐드는 순간. 수영을 시작한 후 독서가 더 깊어졌다는 것도 발견했다. 몸을 움직인 후의 책 읽기는 문장 하나하나가 더 선명하게 들어온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는 건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즐거운 순간들을 발견하는 일. 아침 산책을 하며 만나는 햇살. 책장을 넘기며 발견하는 좋은 문장. 수영장 물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이런 작은 기쁨들이 모여 하루를 이룬다.


"십 년 만에 다시 수영을 시작했는데, 다시 시작하길 정말 잘했어."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가 한 말이다.


"저도요. 물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해요. 이런저런 걱정도 없어지면서 머릿속도 맑아지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물속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세계다.





"우리가 남은 날을 구해주는 건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들이 아닐까. 꿈꾸는 것만으로 삶은 어떻게든 더 나은 쪽으로 이루어질 테니."

_출처: 박애희,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나의 꿈은 수영하는 할머니다.


인생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렸을 적 피아니스트의 꿈은 못 이루었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남은 날 동안 하나씩 이루며 살고 싶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평영과 접영은 포기지만, 자유형과 배영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꿈이 많다. 자유형 1km를 쉬지 않고 헤엄치기. 배영으로 여유롭게 물 위를 떠다니기. 언젠가는 자유형 발차기로 잠영 25m 완주하기.


무엇보다 70대, 80대가 되어도 여전히 수영장을 찾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수영 가방을 메고 설레는 표정으로 수영장에 가는 할머니.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꿈꾼다.


꿈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오늘이 조금 더 의미 있어지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지금, 어떤 모습을 꿈꾸는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그 즐거움이 우리의 남은 날들을 구해줄 거라 믿는다.


첫 번째 브런치북 '물살을 헤치고'를 통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수영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 근육도 키웠고, 물속에서 배운 호흡과 균형은 물 밖의 삶에서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이번 브런치북을 마무리하며 계속 꿈을 꿀 것이라고 다짐한다. 수영하는 할머니의 꿈을.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아니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읽고 쓰고 수영하는 할머니의 꿈을.


오늘도 수영 가방을 챙기며 미소 짓는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벌써부터 설렌다. 오늘의 수영도, 내일의 이야기도.






#수영 #수영하는할머니 #꿈꾸는할머니 #일상의기쁨 #에세이스트 #삶은문장이되어흐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