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0일 폐암으로 오른쪽 폐의 5분의 2를 전제하는 수술을 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로 썼다. 손글씨로 쓴 일기장 속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이곳에 담았다.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수술 후의 삶은 나에게 전쟁이었다. 그 전쟁은 남편과의 거리두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 찾기부터 시작되었다. 한 번도 남편 곁을 떠나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어쩔 수 없이 건강을 찾기 위해 떠나서 있어야만 했던 힘든 시간들을 일기로 썼다. 남편을 혼자 두고 나만 살겠다고 좋은 곳에서 지내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서 마음이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삶에서 마지막으로 주어진 건강을 회복시킬 기회라고 여기며 그러한 마음을 강하게 물리치며 현재 살아가고 있다.
남편과의 갈등이 심했던 삶의 공간을 떠나 강릉과 포항, 제주도를 다니며 그곳에서 주어지는 기회들을 붙잡았다. 제주도에서는 열방대학에서 공부하며 마음을 회복시키고 평안을 누리며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고 노력했다. 강릉에서는 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들의 돌봄으로 건강을 회복시켜 갈 수 있었고, 또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포항에서 딸과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딸의 아픔을 깊이 알게 되었고 딸이 상담받으면서 회복해 가는 동안 딸과 함께 있을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다시 강릉에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폐암 수술1년이 지났을 때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딸의 권유로 '한국어 교사자격증' 공부를 하여 '한국어 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쓸 줄 아는 힘이 생겼다. 그렇다고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건강과 비전을 위해서다. 건강을 회복시켜 가기 위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산책을 하고 암 치료에 좋다는 식자재들로 요리하면서 사람들을 정성으로 섬길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진정으로 사랑해줄 줄 알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암 수술을 한 후 4년이 지났다. 수술 후 1년 정도까지는 재발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수시로 밀려오곤 했었다. 지금은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느라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일기는 결혼 전에 쓴 일기부터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곳에 담겨진 일기는 그중에서 폐암수술 후의 일들 중 몇 가지다. 모든 일기를 잘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고 싶다.
일기 속에는 기도가 가장 많이 담겨 있다. 결혼 후부터 늘 기도를 했던 것을 본다. 누구나 거의 그렇듯이 결혼에 대하여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던 나에게 결혼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기도였다. 오늘도 나는 기도를 한다.
폐암은 나에게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선물 같은 것이 되었다. 두려움에 갇혀 있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며 절망 속에 움츠리고 있지 않고 매 순간 새 힘을 얻어 살아갈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엄마인 나를 늘 응원해 주는 아들과 딸이 고맙고도 고맙다. 이제 친구처럼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고 약속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하는 남편에게도 고맙다. 걱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과 형제들, 그리고 이곳저곳에 계시는 교회 성도님들과 많은 목회자님 사모님들께 감사하다. 이곳에 담은 나의 일기들이 나와 비슷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신 분들께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2023년에는 제주도에서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다. 하지만 꿈이 있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아가는 꿈이다.
2022년 8월 27일 밤에 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