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하루 하루
뇌종양이라는 나의 병을 받아들이고, 이 순간이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치자 마음가짐도 생각도 한결 가벼워지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최선을 다해 건강해지려 애썼다. 건강해져야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재활치료를 위해 수소문해 알아보던 중 친구의 소개로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광주 병원에 다닐 수 있었고, 기존 다니던 나주 병원까지 주 3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꾸준한 걷기 운동을 매일 1시간 이상씩 하여 두통을 없애고, 체력을 기를 수 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졌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인생의 하프타임을 보내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라 하셨던 분의 말씀을 기억하며 나를 찾기 위한 강의와 책들을 찾아보고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점차 찾을 수 있었고, 그동안 수고했던 나를 토닥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한 권 두 권 읽어 갈 때마다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걸 알아갔고, 그 시간을 준 나의 터닝포인트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일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쉬는 날, 밤낮 안 가리며 업무도 열정적으로 했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 위한 더 많은 부를 일구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정말 미친 듯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싶었다. 내 스스로 멈춤을 몰랐으니 이렇게 몸이 알아서 강제적으로 멈춰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고 강의를 듣던 나에게 SNS라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왔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의지가 생겨났다. 열정이 살아올라 희망이 보이는 거 같았다.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보다 뭔가 뜻깊고 발전적인 일들을 하며 보내고 싶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나를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더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SNS에 글쓰기였다. 강의를 들으며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모르면 또 책을 보고 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며 나는 질병휴직 중인 내가 아니라 질병을 이겨내고 열심히 자신을 성장시키고, 세상을 밝게 보는 나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의 병과 수술 과정, 재활치료 과정들을 기록하며 다급하게 보낸 비밀댓글 질문들에 위로와 답변들을 하고, 그분들이 보낸 감사하다는 메시지에 아픔도 나누면 줄어든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질병휴직을 하며 그동안 신경 많이 못썼던 가족들에게도 내 마음을 많이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어서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더 애틋해지고 단단히 뭉쳐질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고 맘에 여유가 없던 때에는 오가는 말들에 가시가 하나쯤 박혀 있었는데, 요즘은 가벼운 농담을 많이 주고받고, 애정표현도 많이 하는 편이다. 기숙사에 있는 큰딸이 보고프면 과일이랑 과자를 사들고 평일에도 다녀 오기도 했고, 올해부터 시작한 둘째 딸의 수영 대회 경기는 늘 같이 다니며 딸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일에 치여 쉬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를 못 들은 체 무리하다가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둘째이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직도 체중미달이지만 힘찬 물개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나기도 했다. 건강히 잘 자라준 둘째에게 너무 감사했다.
배우고 싶었던 강의들을 들으며 하나씩 알아가고, SNS 활동을 하며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한 직장만 27년 차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거 같다. 우물을 벗어난 나는 새로운 세상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배워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내가 모르던 세상에, 기회가 넘쳐 나는 거 같다. 한 십 년은 더 젊어진 거 같다. 더불어 미래를 꿈꿔본다. 지금껏은 먹고살기 위해 찾은 직장이었지만 하프타임이 끝나고 찾아올 나의 미래와 정년 후의 나의 미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찾은 ’업‘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단지 나의 하프타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한 기록의 시작으로 SNS를 시작했지만 그 시작이 시발점이 되어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새벽 기상을 하며 정말 열심인 이들을 만나 감동받고, 자극받을 수 있었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며 마음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다. 나의 아픔을 공감해 주는 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내가 또 위로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이 힘들 때 ’내 이야기를 글로 쓰면 책이 몇 권이다‘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며, 가슴 한편으로 살면서 책 한 권쯤 남기고 싶다 소망하였는데 이렇게 글을 쓰며 힘겨웠던, 아팠던 기억들을 치유해가고 있어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며 치유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며,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