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던 뇌종양수술
수술을 위해 병원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하고 온 그날은 이제 정말 수술하는구나 하는 불안과 두려운 생각이 들어 심장이 요동을 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병명을 알고 수술날자를 잡고 기다려온 3달 남짓 그 어느날보다 무서웠다.
서울역으로 마중나온 언니가 병원까지 데려다 주며, 둘째만 데리고 떠났고, 우리 부부는 입원수속을 했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받게 2인실을 예약해 짐을 풀고 환복을 했다. 나는 이제 환자였다.
입원당일 밤 12시부터 금식을 하고, 다음날 있을 뇌혈관 조영술과 색전술을 대비해 서혜부 제모를 하고, 각종 약 투여를 위해 손등에 큰 주사 바늘을 꽂았다.
뇌혈관 조영술을 하면 지혈을 위해 4시간 정도 모래주머니를 서혜부에 올려 놓고 있어야 하는데 움질일 수 없으니 소변줄을 꼽아야 했다. 환우카페에서 참 고통스럽다고 해서 잔뜩 겁을 먹고 있는데, 간호사선생님도 “이 세상 고통이 아닐거에요”라고 하신다.
그때는 몰랐다. 이 세상 고통이 아닌건 소변줄도, 4시간 누워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것을.
아침 일찍 일어나 압박붕대를 입고 기다리다 10시경 뇌혈관 조영술을 하러 침대채 이동을 했다. 제모한 서혜부 마취주사가 좀 아팠고, 그 이후로 뜨거운 것이 온몸을 휘감아 오르내리는 느낌, 약간 느글거리고, 감고 있는 눈에서 번개가 번쩍번쩍하는거 같았다.
조영술 후 두통이 너무 심해서 지혈을 위해 눌러놓은 모래주머니의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못 움직이는 불편함 따위는 아무렇치도 않았다. 깨질듯한 두통으로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으면 했다.
오후3시 넘어 죽 절반을 먹고 좀 나아지는거 같아서 저녁도 먹고, 운동도 했는데, 어지럽고 미슥거리더니 여러번 토했다. 어지럼 방지약까지 먹었으나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오후 5시 30분경 교수님과 마지막 면담이 있었다. 오전에 시술했던 뇌혈관 조영술과 색전술에 대한 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색전술로 혈관정리를 아주 잘해주셔서 수술 시 출혈이 덜 돼서 좋을 거라고 하셨거, 수술 시간은 5~6시간 정도 예상된다고 하셨다.
뇌수막까지 뜯어내고, 꿰매는 성형하고, 뼈에 침투한 종양까지 깎아내고 인공뼈를 삽입할 예정이라고 하셨고, 후유증은 오른쪽 팔다리 마비가 예상되고, 시간 지나면 돌아올 거고, 12월 25일 퇴원하자며 시원스럽게 말씀해 주셨다.
색전술도 잘 되었고, 12월 25일에 퇴원하자는 확신에 찬 교수님 말씀이 종일 두통에 시달리며 두려움에 떨던 나에게 작은 안도감이 들게 했다. 그날밤 머리에 내비게이션용 스티커를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1. 12. 16. 드디어 수술하는 날이 왔다.
오전 10시경 수술복과 압박스타킹을 신고 대기했다. 떨리기는 했지만 컨디션은 좋았고, 며칠 못 감은 머리가 무척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오랜 시간 대기 끝에 12시30분쯤 이동형 침대로 수술실로 내려가면서 10층 엘리베이터에서 남편과 인사를 했다. tv에서 보면 수술실 앞까지 같이 가던데.
“잘 하고 올게”
“응, 걱정하지말고”
수술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정적이 흘렀다. 긴장해서 내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수술대기실에 와보니 많은 분들이 침대채 와 계셨다. 흡사 버스 정류장에 들어와 있는 버스들 같았다. 옆에 저보다 연장자이신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울고 계셔서 덩달아 나도 무서움이 일었다. 두리번거려도 울고 있거나 비통한 얼굴의 환자들뿐이었다.
체념을 하듯 누워서 위를 보니 천장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그때 느꼈던 안도감이란. 무교인 나에게도 그 순간의 그 글귀는 정말 형용할 수 없을만큼 강력하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함을 주웠다.
‘그래 나 혼자가 아니야. 지켜주실 거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무렵 내 이름이 호명되고, 인적사항을 몇 번 묻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실은 조용히 노래가 나왔고, 낮고, 밝은 목소리로 따뜻하게 인사말을 건네는 분들이 계셔서 무섭단 생각이 안 들었다. 산소마스크를 씌운다는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