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바로가 Dec 02. 2024

송태옥의 "자연법"

자연의 순리

자연법          by 송태옥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분꽃은 저녁에 피고 

배롱나무 능소화는 여름에 피고

매화 벚꽃은 봄에 피고

꽃마다 

피는 시간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비록 산야에 묻혀살지 아니하지만

바람에 휘날리고 빗물에 쓸려내려간

연약한 꽃잎들이

어찌 눈에 밟히지 아니하겠소…

자연의 순리가

봄은 짧게 지나가라 하니

어찌 그 순간성에 집착만 하겠소…

생겨난 것은 무로 돌아가고

무에서 또 다른 것이 생겨난다는

자연의 이치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을

어찌 모른채 하겠소...

그저

세월이 가고 옴은

나 자신을 비우는 일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화자는 자연물이 훤희 잘 보이는 자연에 기거하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 자연물이 변해가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매화부터 봄의 상징인 화려한 벚꽃이 피고지고 “바람에 휘날리고 빗물에 쓸려내려간” 사실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꽃들이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다)의 법칙을 지키고 꽃의 개화(꽃이 핌)조차 때가 다른 것처럼 사람 역시 그렇게 자연의 법칙에서 멀리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노라고 고백합니다.

  길 것만 같았던 봄과 만추가 일년이라는 단위의 시간에서 짧게 지나가니 순간성에 집착하는 것이 덧었슴을 십분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아픔과 슬픔이 있었겠지만 “집착만 하겠소”라는 담담한 어조에서, “자연의 이치를… 어찌 모른채 하겠소”라는 진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서 자신의 인생도 관조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자신도 자연의 무심함 속에서 꽃의 운명처럼 필명적 위치임을 깨닫고 “자신을 비우는 일”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자신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필명성을 받아들이는 행위 역시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