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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바로가 Nov 18. 2024

김혜경시인의 “끼니”

배고픔

  이 시는 꿀을 바쁘게 빨고 있는 나비와 나비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드러낸다.  그렇지만 화자는 게걸스러운 나비의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바라보며 그 먹는 행위를 긍정적이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본다.

  1수에서  허겁지겁 꿀을 먹는 표범나비의 모습을 묘사한다. 그런데  이 이름모를 표범나비의 모습을 걸신들려 밥을 먹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나비를 마치 사람이 배고파서 밥을 빨리 먹는모습으로 의인화한다. 사람처럼 끼니를 떼우기 위해 꿀을 열심히 찾고 있는 표범나비는 천길 낭떠러지같은 꽃위에서 곡예하듯 먹고있다. 마치 먹기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만큼 끼니를 먹는 모습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신에게 영양을 주고 살려내려는 실로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인 것이다. 그래서 ‘걸신들린 숟가락’으로 대표되는 표범나비의 입 에 대한 표현은 가히 뛰어난 발상이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리바삐 허공을 가로질러 자신의 입을 꽃잎 속에 찔러 넣었을까? 말아진 입을 꽂다보면 꿀이 가득찬 곳도 있을 것이고 거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미 꼬리조팝꽃을 다녀간 다른 곤충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 작은 미물도 아주 작은 배를 주려 배고픔에 끌려 입을 여기저기 갖다댄다. 그래서 그 바쁜 입을 “걸신들린 숟가락”이라 표현한 것은 볼수록 참신하다.


    2수에서는 나비를 관찰하던 화자가 급히 밥을 먹는 나비에게 가만히 조용하게 손을 뻗는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날아가야할 나비가 날아가지 않고 손길을 피하기커녕 눈을 질끈 감는다고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재치가 다시 한번 빛난다. 끼니를 사흘만 굶으면 담장도 넘는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을 이용하면서도 끼니라는 단어를 빼낸다. 그러면서 끼니를 굶어 절박한 상황을 나비의 행동에서 자연스레 드러낸다. 또한 고봉밥을 게걸스레 먹으려 나를 못본척 한다는 표현을 “나를 눈감고”라고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표범나비가 눈을 감아도 시적화자는 근처에서 나비를 계속 만지려하거나 잡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절대절명의 위기를 무시하고 눈을 질끈 감는 소극적인 행위로 잠시 화자자신과 나비 스스로를 ’눈깡땡깡(대충 상황을 넘김)‘하며 기만한다. 시적 화자는 나비의 엉뚱한 돌발 행동에 나비의 허기진 절박한 상황을 이해한다. 또한 나비가 잡힐지도 모르는 굉장히 긴장감 넘치는 대목에 해학으로 눈만 감아버리는 나비 모습을 묘사한다. 그러나  화자는 나비의 목숨을 해하지 않고 살려줄 것 같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화자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관찰을 하는 것도 그려려니와 꼬리조팝꽃을 고봉밥으로 먹는 그 모습을 손으로 가만가만 뻗는 모습은 나비에게 위협적으로 내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제목에서 생명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끼니”를 해결해야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 동지(친구)‘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1수와 2수 종장을 인위적으로 띄여 두 행을 만들어 낸 각 두 행에서 만들어 낸 언어와 뜻의 약간 낯선 새로운 조합과 숨은 긴장감이 이 시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시해설 #배고픈나비 #낯설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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