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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바로가 Nov 25. 2024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환대이야기

따말 최미옥의 작품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잇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집에 누가 오신다고 기별을 받으면 그 집안 분위기는 갑자기 왁자지껄해진다. 상대가 고모할머니이든 사촌이든 오랜만에 놀러오는 친구이든 갑자기 오게 되는 손님들에 대해 생각을 하며 즐겁게 맞이를 시작한다. 주로 친척이겠지만 가끔 놀러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친구이든 가족이든 항상 좋은 소식과 즐거운 마음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슬픈 소식을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돈을 빌리러 온 경우도 있다.
  성경에서도 사사기와 판관기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롭이 자신의 딸인지 정부인지를 무례한 마을 사람에게 손님 대신 내어주는 사건이 발생한다. 소돔과 고모라로 유명한 지역에서 벌어진 일로 끔찍한 일들이 밤 사이에 일어났고 그 다음에는 본보기를 삼아 더 끔찍한 사건이 되어 유대인 12개 마을에 전해지게도 된다. 손님을 홀대하지 아니 하려 했던 롭은 두 멸망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정착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몽고와 같은 유목 민족에서 지나가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그 손님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와 맞먹는다. 우연히 찾은 인가에서 쉬지 못하면 앞으로 걸어 가야 할 길이 천신만고의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 입장에서야 귀찮으면 뿌리치면 될 것이지만 사람 인정 상 모래 사막을 지나가는 사람을 내칠 수 없다. 그런데 일단 손님을 안으로 들이면 손님이 갈 때까지 그 손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데리다는 그의 환대 이론에서 이런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설명할 때, 주인은 손님이 집을 떠날 때까지 그들의 인질이 된다고 까지 묘사한다.
  어찌 되었든, 그(들)에게 잠자리, 물, 음식, 목욕 등 자신들이 제공하기 충분히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가뭄에 콩 나듯한 현상일 것이다. 누가 사막을 금은보화를 짊어지고 지나가겠는가 생각해본다면 이미 손님을 맞은 주인이 보상을 받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받을 수 있는 물질적 보상이 적음에도 손님을 반긴다는 것은 우리가 그 만큼 환대가 "마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뭇꾼이 쫓기는 사슴을 구해준 것도 환대이며 도끼를 빠트린 나무꾼에게 도끼를 가져와서 친히 물어본 산신령의 태도도 환대이다. 여기서는 정현종 시인은 불청객일 수 있는 나그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깨어진 마음 상태조차 그들의 인생이라고 받아들일 아량이 있어야 방문객을 잘 맞이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바람이 그 사람을 조건 없이 더듬어 껴안듯, 우리도 그 방문객을 스스럼없이 안아주어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현종 시인은 그것이 바로 환대의 기본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환대 #정현종시인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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