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끝없이 내렸고, 들판은 새하얗게 덮였다. 부라트족의 족장 소오르의 게르에도 눈이 쌓였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차갑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불과했으나 바수가의 존재는 소오르에게 있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소오르는 눈 덮인 초원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부족은 오랜 세월 동안 바이칼 호수 북쪽의 부족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자신들의 바이칼의 가죽모자라는 뜻으로 "바이칼 울스" 라고 스스로 칭하고 다녔다
그 갈등을 끝내고 부족의 힘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그들에 맞서야 했다. 하지만 소오르의 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결합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다.
소오르의 눈앞에 바수가가 다가왔다. 그녀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망토를 꽁꽁 두른 채 조심스레 그의 옆에 섰다. 소오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어린 바수가의 눈빛에서, 그는 자신의 계획을 더욱 확고히 다짐하게 되었다.
며칠 후, 소오르는 바수가에게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 사산은 강한 자이니, 내가 그와 함께 싸운다면 바이칼 울스 부족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 네가 나의 뜻을 전달해 준다면, 당신이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바수가는 처음에는 주저하는 듯했지만, 결국 그녀도 부족 간의 갈등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 오고 눈이 녹자, 소오르는 드디어 장인에게서 군사를 빌릴 수 있었다. 장인은 자신의 딸이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사위를 신뢰하기로 했고, 부족 간의 결속을 다지기로 마음먹었다.
소오르는 장인의 군사 기마병(moriton) 1000기와 경보병45명 (yavgan tsereg)그리고 잘 훈련된 전사(myangat) 3명을 지원받았고 옆초원에 있는 코찔찔이 동생에게 기마병 200기를 훔쳐 오듯 몰고 왔다. 본진영에 있는 기마병 500기와 전사 5명이 출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부족의 전사 달연, 툴루이,삼부를
각각 좌군장, 중군장, 우군장으로 삼아 출정준비를 준비하도록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스스로의 출정은 처음이다. 달연과 툴루이, 삼부들은 어릴 적 바이칼 호수에서 빨가벗고 목욕을 하던 부족 동생들이었다.
비록 사산의 원군으로 일으킨 원정이지만 이번 원정에 결과가 좋으면 바이칼 호수 북쪽에 교두보를 삼아 바이칼 호수 건너편까지 세력을 넗힐 수 좋은 기회였다.
출정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6월이 되었고
바이칼 울스 부족을 향해 출정준비가 완료가 되었다. 바이칼 울스의 족장 알다르, 어릴 적 같이 사냥하고 토끼를 잡았던 동료이나 지금은 어릴 적 인연을 끝내고 큰 꿈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이 출정은 긴 세월에 걸쳐 이어진 부진함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6월이 된 바이칼 호수는 여전히 차가운 얼음을 품고 있었지만, 그 위에서 펼쳐진 부족연합군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