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목요일부터 슬슬 행복해지기 시작해서 금요일 밤에 절정을 찍고 다음날 어슴푸레 세상이 밝아오면 비로소 안락하고 평안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부드러운 잠옷의 감촉과 포근한 이불의 깨끗한 향기에 마음껏 취해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시간. 토요일 아침은 나에게 그런 시간인 것이다. 평일 동안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한두 시간쯤 더 자고 일어나도 좋다. 평소 습관처럼 제시간에 눈이 떠지거든 다시 눈을 감고 한껏 뒹굴어도 좋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
그렇게 이불 밖으로 나오면 즐거운 기분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거실로 나와 ‘헤이,
구글’을 호출해 “아침에 어울리는 재즈 음악을 틀어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의 ‘구글 네스트 허브’가 알아서 감성 충만한 모닝 재즈를 재생한다. -스마트한 나의 삶에 한껏 도취된다- 이쯤에서 모닝커피를 한 잔 내려 신선한 샐러드로 아침을 시작하면 좋으련만, 나 혼자 살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하다. 내 감성은 딱 모닝 재즈까지. 샐러드는 가족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과감히 포기한다.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오로지 밥을 외치던 식구들이 이제 제법 색다른 메뉴에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은 그간 여러 번 소리를 질러댔다. 주로 ‘나는 먹지도 않는 아침밥을 차려주는데, 군소리 말고 주는 대로 먹어라.’와 같은 다소 험하고 과격한 말들이었다. 생존본능에 충실했던 식구들은 잘못했다간 물도 한 잔 못 얻어먹을 것 같은 살벌함에 점점 나의 메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각기 다른 출근 시간과 등교 시간으로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힘드니 주말 아침만큼은 꼭 함께 먹으려고 노력한다. 이왕이면 나도 좋아하고 식구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른다. 그리하여 이번 토요일 아침에는 ‘시금치 프리타타’를 만들었다. 때마침 친정엄마가 손질해서 보내 준 달고 부드러운 섬초가 있어 듬뿍 넣어 구웠다.
프리타타는 달걀에 토마토, 양파 등의 채소와 베이컨, 햄과 같은 육류, 그리고 치즈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이탈리아식 오믈렛이다. 버섯을 넣어도 되고 파프리카를 넣어도 된다. 조금씩 남은 재료를 소진하기에 매우 좋은 요리다. 우리나라 계란찜과도 비슷한데 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찌지 않고 굽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요즘에는 프리타타를 만들 때, ‘토르티야’를 접시처럼 사용하니 스페인의 ‘토르티야 에스파뇰라’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확한 명칭이 뭐가 됐던 맛있으면 그만이다.
[시금치 프리타타 만드는 법]
재료: 토르티야 1장, 선드라이 토마토 한 줌, 시금치 한 줌, 모차렐라 치즈 두 줌, 계란 3알, 후추, 소금
1. 토르티야를 팬이나 그릇에 넣어 오목하게 모양을 잡는다.
2. 선드라이 토마토를 넣는다. 방울토마토나 토마토로 대체할 수 있다.
3. 모차렐라 치즈를 한 줌 넣는다.
4. 시금치를 한 줌 올리고 다시 모차렐라 치즈를 한 줌 넣는다.
5. 달걀은 잘 풀어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한 다음 토르티야 안에 붓는다.
6. 에어프라이어 넣고 170도에서 13분 정도 굽는다.
7. 계란이 다 익으면 완성이다.
이렇게 완성된 프리타타에 스리라차 소스나 할라피뇨를 곁들이면 매콤함을 더할 수 있다.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까지 함께 차려내면 근사한 브런치가 완성된다.
주말 아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평화로워야 한다. 한 사람의 전적인 희생으로 차려지는 ‘집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집밥’인가. 간단하지만 근사한 브런치 레시피로 모두가 행복한 주말이 되었으면 한다. 냉장고의 남은 채소로 초간단 프리타타를 만들고 여유롭게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