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치열했던 영업 이야기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거나 기억나는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자신의 실력이나 노력을 인정받았던 보상의 시간들일 것이다.
나도 이십여 년간 한 업무를 고집해 오면서 참 많은 상을 받았다. 작게는 이달의 우수사원이나 모범사원상을 받았지만 2013~2015년 3연속 세일즈부문 사장상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영광이고 되돌아보면 참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에게 주는 소중한 보상이었다. 그런 수상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0년에 수상한 공로상이다. 많고 많은 상 중에 그 상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이유는 그때 막 과장으로 승진했고 특판팀에서 근무한지 만 10년 차에 수상한 것도 있지만, 사실 공로상이란 것이 통상 그 조직에 크게 이바지하거나 족적을 남긴 자에게 주는 상이 아닌가. 파랗게 젊은 내가 받는다고 했을 때 ‘내가 이 회사를 위해 무엇을 했기에 이 상을 주는 걸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특판팀은 제2의 성장을 했고 많은 인원이 보충되었다. 판매에서도 두배 넘는 실적을 달성했으니 회사의 성장 동력에 이바지했음은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 특판 팀 임원이하 전원이 노력해서 이뤄 낸 결과였다. 그것을 대표해서 내가 받는다고 생각하니 내심 부끄럽고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당시 사장님이나 담당 임원이 보시기에 제일 젊고 열정적이었던 내가 많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공로상을 수상하려고 단상에 올라갔을 때 사장님께서 나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 상은 앞으로 더 회사를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공로를 다하라는 의미로 수여한다.” 지나고 보니 지금의 내가 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한 단순한 원칙이다. 바로 이 회사를 위해, 나를 위해 공로를 다하라는 말이었다. 요즘 말대로 꼰대 같고 약간 구닥다리 같은 말이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고 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일(영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어떤 원칙과 목적을 가지고 행할 때 신중하고 치열 하게 고민하는 영업맨이 찾아보기 힘들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아예 그런 고민조차 할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고 평가에 치우쳐 맹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공로를 다한다는 말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자신의 직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영업이라는 게 때로는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임한다고 해도 외부 환경이나 경쟁에서 쉽게 흔들리고 무너져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나 상사나 고객은 그 사람의 공로가 그 조직에, 그 회사에, 때로는 그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 현재 영업을 하고 있거나 영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10년 전에 내가 들었던 말의 그 느낌이 공유되기를 원한다.
앞으로 당신의 공로상이 여러분 자신을 위해, 여러분이 속한 조직을 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오늘도 서재 한편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 공로상이 가끔은 내 맘 속에 무거운 쇳덩이 같고 회초리 같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파수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