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넘도록 써온 '엄마의 유산'이 12/5일 발행된다.
오늘이다.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엄마의 유산' 발행일이 책출간일과 같다.
어려서부터 '꿈' 하나 손에 쥐고 자란 아들.
15살, 어린 나이에 원하는 공부를 위해 혼자 훌쩍 미국의 깡촌으로 떠나고 지독한 공부끝에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을 성공한 아들에게 쓴 편지가 우연한 인연에 의해 공개하게 되면서 '엄마의 유산'의 시작이었다. 공개 후 독자들의 반응과 요구에 또 한편, 또 한편 쓰면서 아주 짧은 편지 15편이 완성되었던 것이 1년여전.
또 우연한 인연에 의해 편지를 계속 쓰도록 독려받았고 마침 하고 싶은, 그러니까... 책을 통해, 성현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성인이 된 두 아이들(난 2002, 2003년 남매를 둔 엄마다)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에 매주 1편의 편지를 다시 그렇게 수개월을 더 쓰며 모두 30편의 편지가 완성되었다.
'엄마의 유산'을 2년여간 브런치에 공개하면서
단지 '엄마'의 편지로 시작했는데 많은 독자들의 독려와 공감, 게다가 공유까지 해주신 덕에 급격하게 구독자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글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다. '글'에 대한 책임은 그 속의 진실성, 진정성이 기준일 수 있는데 거의 공개적으로 오픈되어 있는 나의 일상과 우리 두 아이인지라 어쩌면 더 깊은 공감을 불러올 수 있었던 듯하다. 말 그대로 '엄마의 유산'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독자들에 의해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완성된 나와 독자들의 협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지오웰이 그랬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귀신이 씌어야만 가능한 일(주1)이라고. 부족한 나를 통해 '엄마의 유산'을 탄생시키기로 맘먹은 어떤 귀신이 '엄마'라는 두 단어의 본질을 명철하게 해석하게끔 2년간 내게 머물렀던 것일까... 수정, 보정, 교정작업에 몇달을 매달리면서
그토록 '귀신들린 듯',
그토록 뜨겁고 사랑넘치고 간절하게 '자녀영혼을 거울삼아 종이에 엄마인 나의 생명을 불어넣도록(주2)' 집요했던 나를 떠올려본다. 난 그렇게까지 섬세하게 깐깐하게 수없이 작업한 것을 되풀이하는 성향이 아니다. 느낌으로 훅~ 끝내버리는 내가 '귀신'이 씌이지 않고서는, '자녀의 영혼'을 거울삼지 않고는 해낼 수 없었던 작업이었다.
'엄마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만드니
'유산'이라는 단어가 지닌 고정관념으로 인해 지인들은 제목을 좀 밝게 하라고 권유하였으나 내가 추구하는 것은 감히 '일시적인 전달'보다는 '지속적인 계승'에 있었다. 내가 제대로 알아서 전달하지 못한 것까지도 계승되어 자녀와 독자들이 스스로 살을 붙이고 다양한 해석들로 가지를 뻗길 바란다. 그래서 하나의 편지가 끝날 때마다 여백을 두었다. 이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프롤로그에 적어두었다.
또한, '엄마의 유산'이라는 제목은 여기저기서 모방되었는지 심지어 한 독자는 줌으로 날 만나 '이 제목을 써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엄마', '유산'이라는 단어를 나만 쓰는 것은 아니니 내게 물을 필요는 없겠지만 작가로서의 본인의 양심에 따라 해주십사 부탁드렸던 기억이 있는데 여하튼 '엄마의 유산'이 독자들에게 회자되는 언어가 된 것같아 더 큰 책임감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의미 하나에 정성과 노력의 즙까지 모두 짜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오늘,
세상에 없던 것이 세상에 있게 되었다.
이는 '필요'에 의해서겠지...
세상은 왜 이 책을 필요로 했을까.
세상은 왜 이토록 깊이깊이 날 옥죄며 매달리게 했을까.
세상은 왜 우리 '엄마'들에게 '정신'이 더 위대한 유산임을 말하고자 했을까.
세상은 왜 우리 '자녀'들에게 위대한 자신을 보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또 하필, 비상계엄이라는 온나라의 소동이 한바탕 벌어진 지금,
'엄마의 유산'이 읽혀야 하고, 읽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하고, 젊은 친구들이 읽고 제대로 정신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해주는 지인들덕에 음... 이 책이 그렇게 쓰인다면 더할나위없이 바람직하겠다고도 여겼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고통과 노동이 가치없는 결과를 내는 것이니... 그렇게만 된다면...
방금 전(이 글을 쓰는 12/4일 오후 8시 30분)
'엄마의 유산'은 배달되어 지금 내 눈앞, 건율원에 도착하였다.
사실 '엄마의 유산'이 브런치북에 연재되면서 몇몇 출판사의 제의를 받기는 했으나 나는 번번히 정중한 거절을 했다. 이유는 또 '나의 자격'에 대한 고집이 도졌기 때문일테다. 어쩌면 '이렇게 글은 쓰지만 책까지 출간하며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 얄팍한 속내가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그런데 '엄마의 유산'은 가야할 길이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것마냥 결국, '건율원'이 정식으로 출판사등록으로 하고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할 위치에서 출판까지 직접 하게 되었다.
물론, '엄마의 유산'은 시작일 뿐, 앞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책이 출간될 것이며 '정신의 물질화'를 위해 창작자에게 최고의 대우(80%)를 하며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의 매개역할을 하는 창구가 되려 한다. 그러니까 '엄마의 유산'은 진작부터 '건율원 출판사'라는 또 하나의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며 오늘 순산한 것이다. '엄마의 유산'에서 무엇이, 얼마나 더 많이, 자주, 다양하게 잉태되고 탄생될지 지금의 나는 전혀 모른다.
모든 증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씩 드러나겠지.
왜 편한 출간이 있는데 출판등록부터 하나하나 번거로운 길을 선택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모한' 안개속을 스스로 자처하는지...
이 모든 증명은
'엄마의 유산'이 가는 길목에서
하나씩 잉태되고 발아하며 산고의 진통을 겪어 탄생된 그것들이 증명하겠지...
그렇게 하나씩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
성 이그니티우스 로욜라는 만일 교황이 예수회 신학대학을 탄압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25분정도 기도하고는 거기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아마도 이 것이 모든 고행중에서 가장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최고의 에너지를 쏟아부은 이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신성한 무관심' 을 달성하는 것 말이다(주2).
나는 지금부터 '신성한 무관심'의 길로 들어선다. 다행히도 나는 '모든 고행중에 가장 어려운' 고행이라는 '신성한 무관심'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모든 걸 내려놔야 가능한 이 고행은 애초부터 내게 고행이 아니었다. 내가 한 것이 없고, 내가 해야할 것도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창조된 그것은 그 자체의 위력으로 세상에 자신의 길을 낼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 '스스로' 자리잡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미 '스스로'의 힘을 부여했고 그 힘이면 충분히 '필요'에 충족을 채워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내가 해야할 단순한 현실의 역할속으로 들어갈 뿐,
'엄마의 유산'의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를 정진시키는 것뿐,
그 길 위에서 어떤 진통이 오더라도 나 스스로가 '지켜내고 있다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서 있도록 까치발을 뜨고라도 나를 '엄마의 유산을 쓴 저자'답게 세워두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책은 물질이다.
글은 정신이다.
정신이 물질의 옷을 입고 새로운 질료로 탄생되었다.
내가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 세상이 탄생시킨 것이며 고맙게도 그 탄생의 역할을 내게 부여한만큼 내 의무는 가중되었다. 세상은 내가 '역할'을 해낸 것에 대한 보답을 이미 충분히 주었다. 2년여... '엄마의 유산'을 쓰는 내내 나는 나의 부족함에 아팠고 극복하려 애썼고 그러면서 발견된 무지를 채우려 괴로웠다. 이것만으로도 난 이미 많은 보상을 얻은 것이기에 내게 남은 의무라면 '글에 어울리는 자'로 더 나를 키워내야 한다는, 그것뿐.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힘찬 응원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1> 조지오웰,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신문사
주2> 올더스헉슬리, 영원의 철학, 김영사
'엄마의 유산'을 공감하고 독려해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분들의 요구에 부합할만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의 공유에 가치를 두고 독자들께만은 어떤 보답이라도 해야겠다고 여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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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작가', '아빠작가'를 기다립니다!
엄마의 유산은 계승이 목적입니다. 저와 함께 '엄마의 유산2'를 이어가실 엄마작가(초보자라도 상관없습니다.)들, '아빠의 유산'을 써주실 아빠작가님들을 기다립니다.[작가에게 제안하기]로 메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