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담단상 7
나의 10대는 어리석었고
나의 20대는 명랑쾌활했으며
나의 30대는 현실을 살았고
나의 40대는 남으로 살다 나를 잃었고
나의 50대는 창대한 기대품고 미약한 시작을 알렸고
나의 60대는 기대가 현실이 된 것을 누릴 것이며
나의 70대는 함께 누리는 이들과 또 다른 창대한 도모를 시도할 것이며
나의 80대는 도모한 이들이 누리는 삶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의 90대는 인생에 구멍난 부분을 메우고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할 것이며
나의 100세는 신들의 잔치속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겠지.
그 이후 덤으로 주어진 생이 있다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소진시키며 모두에게 베풀어야지
세상에 진한 흔적남기고
홀가분하게 떠나
나무가 되어야지
100세 인생.
'오늘'은
내가 백년묵은 나비가 되어가는 하루.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된 40년간 나는 안전했고 편안했다.
그저 그 안에서 그리 살면 되는 줄 알았었다.
천적을 피해 나뭇잎밑을 기면 그만이었고
지천에 널린 나뭇잎 갉아먹으며 오늘도 내일도 같은 것에 만족했었다.
굳이 빨리 길 필요도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었던,
나는 40년간 애벌레였다.
하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나만 몰랐지
나는 나비였다.
그런데.
애벌레인 내가 나비가 되려니 10년간 죽은 듯이 지내야했다.
아슬아슬 대롱대롱 매달린 채...
하지만,
번데기로 산 10년간의 고통은 내 본성인 나비가 되기 위한 필생의 시간이었다.
딱딱한 껍질 속, 움직일 수 없는, 움직여지지 않는,
못난 번데기인 내 안에서 벌어지는
나는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나를 탈바꿈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가둔 채
그 좁은 공간,
그 한정된 시간,
그 웅크린 자세로
나는
화학변화의 고통과 신비함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만 했었다.
날개를 만들고
더듬이를 세우고
형형색색의 피부로 채색하며
본래의 나로
나를 탄생시켜야만 했었다.
안전은 불안전으로,
편함은 불편함으로,
익숙은 낯섦으로....
그리 세상밖으로 나가기 위해
나는 나를 벗어버려야만 했었다.
나는 다시 해체시켜야만 했었다.
나는 나를 몰락시켜야만 했었다.
탈피와 해체와 몰락은
나도 몰랐던 나의 날개를,
나도 몰랐던 형형한 빛과 색을,
나도 몰랐던 기지 않고 나는 법을,
나도 몰랐던 저 넓은 세상으로.
나는
알고 있을까?
애벌레는 자신이 날개짓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나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올챙이는 자신이 물 밖 어디든 뛰어다닐 수 있는 개구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매미유충은 땅속에서 7년 기다리면 땅위로 올라 소리칠 수 있는 매미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잠자리도 물속유충시기를 버티면 파란하늘 휘저을 수 있는 왕잠자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제 내게서 날개가 돋을 것을 알아버렸으니
나는 나비여라.
계속 나비여라.
* 12/21일부터 연재요일을 개편하오니 아래를 참고바랍니다.
월 5:00a.m. [지담단상-깊게 보니 보이고 오래 보니 알게 된 것]
화 5:00a.m. ['철학'에게 '부'를 묻다]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MZ세대에게 남기는 '엄마의 유산']
금 5:00a.m. [느낌대로!!! 나홀로 유럽]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