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언어를 내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그 언어가 대변하는 가치로 내 중심이 채워지고
그러한 가치기준에 따라 나의 판단, 선택, 선택이 이끄는 행동, 행동이 드러낼 결과는 아주 달라진다.
지금 내가 주로 내게 적용하는 3개의 언어가 있는데...
'아마도'
'마땅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왜 요즘 자꾸만 불안과 위기감에 이리 쩔쩔맬까...
오늘 새벽 독서토론에서 이런 감정이 비단 나만의 감정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1987에 청춘을 보낸 우리는 당시를 떠올리며 또 한번의 아픈 역사 속으로 대한민국이 침몰할까 두려웠고
1987즈음에 태어난 이들은 글로벌한 시각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판하며 처음 겪는 이 시국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에 두려워진 것이다.
난 잘 모른다. 정치도 경제도 또...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나도, 지금 MZ세대도.
모른다.는 근사한 핑계뒤에 숨은 나는
혹시 나의 위기와 불안감이 나로부터가 아니라 지금 온나라에 살포된 독가스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현상은 여운을 남긴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면 더더욱,
또 그 현상이 직접적으로 나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면 더더더욱.
현상은 보여지는 사실뒤로 펼쳐지는 여운에 무시무시한 기운까지 가세해 나와 내 주변을 감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정설이자 망설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단한 민족성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또 권력에 이겨왔고 또 세웠고 또 이겨왔다. 이 반복이 또 시작된 것이라면
우리는 또 권력을 이겨야 할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니
정설이자 망설인 '역사는 반복'되는 순환에서
'이게 끝이 아니라 또 반복의 시작인가...
열심히 살면 뭣하나, ***하나가 이리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데...
그렇다고 내가 무슨 힘이 있나...'에 대한 불안한 기운... 그래, 그 불안한 기운이 우리에게 스멀스멀 잠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의 불안이 개인의 불안으로 직결되는 이유중 하나는 우리는 '나라를 바로잡는 일이 정치인만의 일이 아닌, 나의 일, 나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민족성이 이를 대변한다. 치마에 돌을 날라 적군을 무찔렀고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고 정부에 투항하는 젊은이를 숨겨주는, 우리는 나라를 정치인이나 군인이 지킨다는 의식보다 내 나라, 내 가족을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이 그 어떤 나라의 국민보다 강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정치경제의 불안한 기운이 개인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흡입되는 것이다.
독서토론에서 모두 한결같이 말한다.
당연히 우리는 그저 평범한 서민들이지만 모두가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위기의식에 의해 뭐라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고 있는 간절함이 드러났다.
나는 말한다.
'나는 여기 계신 분 가운데 박**선생님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요? 이 젊은 여성은 아이 셋을 키우면서 남들이 다들 편하게 하는 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김치를 여러가지로 만들어 매번 아이들의 건강을 챙깁니다. 쉽게 배달시키거나 사먹이지 않고 직접... 대한민국의 입맛을, 집안의 입맛을 전수해주는 거죠. 게다가 아이 셋을 키우면서 새벽에 일어나서 독서를 하는, 정말 엄마로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그것을 묵묵히 하는 것... 이런 엄마밑에서 자란 3녀석들이 결코 잘못된 의식과 가치관으로 성장하지는 않겠지요? 나는 이 소소하고 작은, 남들이 하지 않지만 내가 이어가고자 하는 행위 하나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해내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박**님은 폭풍눈물을 흘렸다.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키우는 건 아닌데 싶어 남들따라 하게 되고, 내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책이라도 읽어야 해서 읽지만 도통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말에 갑자기 모두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모두가 마음 깊이 품고 있는 간절함과 현실이 주는 불안,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짧은 시간 찐한 대화를 통해 공감이 눈물로 화학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기운이란 것은 순식간에 사람을 감염시키고 전염시킨다...
우리의 삶은..
아니, 나같은 서민들의 삶은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나라를 위해서, 미래 자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뭔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위대한'이 지위나 능력이나 명성이 아닌, 그저 소소한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손에 들려있는'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프리카 진지바르에 고양이가 몇마리나 있는 세어보기 위해 지구를 한바퀴 돌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것이라도 하라. 그렇게 하다 보면 마침내 지금의 내부로 통한다는 '시머스의 구멍[주1]'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주2].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말과 행동.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입과 정신에 제대로 된 양식이 되는 소통.
내 옆에서 자라는 후손들을 위해 바르게 살아가는 어른다운 어른...
그러한 한사람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위대한 일, 위대한 삶이 아닐까...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불안과 위기감은 내 과거로부터나 내 성향, 성격, 성질, 성장으로부터가 아니라 온나라에 살포된 불안과 위기의 독가스도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 분명 인간은 보고 듣고 말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너머 기운으로 전해지는 초월적인 감각에 쉽게 감염되고 감염은 순식간에 전염된다. 왠지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기운이, 감정이, 행동이 영향을 받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뱀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만들어낸다. 그 독에 물리면 아무리 덩치 큰 동물도 그 자리에서 즉사다. 물론 강력한 독을 지닌 킹스네이크와는 달리 별로 신통치 않은 독을 지닌 녀석들도 있다. 또한, 어떤 독이든 그것에 물려도 절대 죽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 마치 독을 지닌 해파리를 사탕씹어먹듯 우거적우거적 씹어먹는 거북이처럼.
지금 우리도 어떤 괴물같은 존재가 자신의 권력을 믿고 살포한 독가스에 나도 모르게 불안과 위기의 기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괴물은 이미 독안에 갇히게 됐지만 괴물이 뿌린 독가스가 아직도 공기중에 떠도니 느닷없이 당한 우리 하나둘은 서서히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독성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수도 있고 엄청나게 강력할 수도 있다. 또한, 제 아무리 지독한 독가스라 할지라도 이미 과거 경험으로 강인한 정신이 우리의 면역체계에 자리잡혔을수도 있다. 그래도... 나같이 감정에 취약한 누군가는 스멀스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에게로 스며드는 불안과 위기감에 잠식당하기도 한다.
나, 혹시 나같은 누군가가 이유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면, 그 연유가 자신의 내부로부터, 과거로부터가 아니라 온나라에 퍼져있는 기운때문일수도 모르니 그것을 막아낼 힘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음을 믿어야겠다. 어떤 경우라도 나의 정신을 혼탁하게, 나의 심정을 나약하게, 나의 영혼을 투박하게 만들 수 없음을 믿고 나부터 단단히 지켜내야겠다.
또한, 독가스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신선하고 청량한 공기가 주입되면 독가스의 독은 전혀 효험이 없다.
뿐만 아니라,
뱀의 독이 의약품으로도 활용되는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살포된 독가스가 오히려 위복(爲福)이 되어 이제는 '반복된 역사'가 아닌, 건강한 조직, 사회, 국가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러니까 권력이 내뿜은 지독한 독가스라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정신에 불안이나 위기감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자신의 의식을 더 고취시켜 새로운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기회가 왔음을 자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시작앞에 선 지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선례가 더 이상 나를, 내 주위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삶을 사랑하며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서 느닷없이 삶의 의욕을 빼앗지 못하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전 출간된 [엄마의 유산]을 집필하는 과정부터 나는 지속적으로 '계승'에 초점을 맞춰왔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말 어른다운, 부모다운, 선생다운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엄마의 유산]을 이어가고 [아빠의 유산]을 탄생시키자.... 그렇게 우리같은 서민들이 생생한 삶의 현장과 올곧은 정신을 세상의 모든 자녀들에게 남겨보자...
그렇게 계승된다면
지금부터의 세상에는 특정소수들이 제 아무리 강한 독가스를 대포로 쏴대더라도 감염되지 않은 정신이 승리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고
[엄마의 유산]의 출간을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그 다음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내 능력과 지식과 근성이 미진하고 미숙하여 당분간은 갈지자로 걷기도 하겠지만
막연하지만 아마도 펼쳐질 지 모르는 저 너머를 향해 마땅히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을 해야만 하겠다.
[주1] 1818년 존 클리브스 시머스(John Cleves Symmes, 1780~1829)가 '나는 지구의 속이 비어 있고 그 안에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지구 속에는 몇 개의 단단한 동심구가 존재하며 각각의 극 부분은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주2]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2017, 열림원
2년간 브런치를 통해 깊은 사랑을 받았던
[엄마의 유산]이 독자들의 요구에 힘입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엄마의 유산은 계승이 목적입니다. 저와 함께 '엄마의 유산2'를 이어가실 엄마작가(초보자라도 상관없습니다.)들, '아빠의 유산'을 써주실 아빠작가님들을 기다립니다.[작가에게 제안하기]로 메일주세요!
책을 읽으신 5분 이상이 모이시면 찾아가겠습니다.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성함과 연락처, 내용, 모임의 성격 등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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