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달이 차오르다
두둥실~~~! 달이 차오른다. 만월이다.
하늘의 달은 하나뿐이지만 천하의 모든 강에 달이 비쳐 있다. 하나의 개체에 삼라만상의 정보가 들어있다. 강에 비친 달은 부처님의 자비와 공덕을 뜻하기도 한다는데... 수확된 햇곡식을 보면 이면의 수고로움이 생각나면서 부처님, 하느님, 자연과 농부, 모든 존재에 감사하다.
달과 피는 함수 관계에 있다고 한다. 보름달이 되면 인력이 더 강해지고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가 된다. 사람의 피도 달의 인력으로 인해 더 당겨서 수행자들은 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를 받기 위해 음식의 섭취를 평소보다 줄인다고 한다. 뜨끔했다. ‘복 팔 할, 무병(腹八割, 無病)’. ‘배를 80%만 채우면 병이 없다’는 이 문구는 한낱 평범한 인간인 나로서는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배가 그득한, ‘만복감(滿腹感)’도 즐거움의 한 요소라…^^
추석은 넉넉한 명절이지만 우리 몸은 과잉이 되는 순간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누가 중년 이후의 삶은 플러스(+)의 삶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삶이라 하던데… 아이러니하게도 수확의 풍성한 식탁에서 ‘결핍과 불 충족’을 떠올렸다. 부족한 환경이 몸과 마음의 생존, 성장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인간의 몸에는 필수 영양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월일 상태의 달 그림들을 모아 보았다. 보름달일 때 생성되는 여성의 충만한 생명력을 촉수가 있는 생명체로 붉게 표현한 그림의 부분도는 2017년 갤러리 담에서 열린 <흡수> 개인전 표지가 되었다.
나에게 ‘인월(印月)’이란 호가 어울릴 것 같다고 예전에 어떤 분께서 글씨를 써 주신 것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달과 나는 여러 인연이 있다.
달 표면의 짙은 색 토끼 무늬가 ‘달의 바다’ 부분이라고 한다. 실제 물은 없지만 지형이 평평해 탐사선이 착륙하거나 달 기지를 짓는데 최적의 환경이라는 곳. 나만의 ‘기지’는 어디에, 어떻게 지을까? 인생은 바다 위 항해와 비슷하다. 순풍도 있지만 풍랑도 만난다. 이제 인생의 반은 지났다. 남은 인생의 반, 종국에 달의 ‘고요한 바다’ 같은 평안함을 희망하면서… 소원을 빌며 물어본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니?”
“내 맘 속에 떴다!”
더하기보다 빼고,
서로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
마음도, 달도,
두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