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항공 사고로 떠난 고려인 축구스타 미하일 안 추모비

고려인 축구 스타 미하일 안: 비극과 기억의 공간, 타슈켄트 봇킨 묘지

by 타이준

최근 항공기 사고로 인해 한국은 큰 슬픔에 빠졌다. 사망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모두 비극적이며, 어떤 죽음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하지만 유명인의 안타까운 사고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으며, "그때 죽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더 깊은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타슈켄트에서의 여정 중, 비극적인 항공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국계 소련 축구 스타 미하일 안의 묘지를 찾아가게 되었다.


파흐타코르 비행기 사고와 미하일 안


imageget.jfif

미하일 안은 1952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소련 축구계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그는 파흐타코르 타슈켄트와 소련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중앙아시아의 자랑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1979년 8월, 팀 동료들과 함께 민스크 원정 경기로 향하던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다른 항공기와 충돌해 선수단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미하일 안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팀을 격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행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의 나이는 불과 27세였다. 그는 소련 축구계의 떠오르는 별이자 고려인의 긍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큰 안타까움을 남겼다.


타슈켄트 봇킨 묘지


20240803_134213.jpg

미하일 안이 잠들어 있는 타슈켄트 봇킨 묘지는 타슈켄트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조용한 공간이다.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쉽게 닿을 수 있는 이 묘지는 잘 관리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곳은 고요한 분위기와 평온함을 느끼게 해 준다.

20240803_133856.jpg
20240803_133607.jpg
20240803_133649.jpg

묘지 입구에는 미하일 안과 파흐타코르 선수단을 기리기 위한 공동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추모비는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그의 짧고 강렬했던 삶을 기리기에 충분하다. 비극적인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가 축구계에서 어떤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묘지 중앙의 알렉산드르 넵스키 성당


묘지 한가운데에는 작은 정교회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은 러시아 정교회의 위대한 성인 알렉산드르 넵스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알렉산드르 넵스키는 13세기 러시아를 지켜낸 군사 지도자이자 성인으로, 러시아 역사와 정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이다.

20240803_135010.jpg
20240803_134441.jpg
20240803_134446.jpg

성당 내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성화와 간결한 건축물을 천천히 둘러보며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공간이다.


삶의 끝에서 되새기는 의미


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삶의 끝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미하일 안의 묘 앞에 서니, 그가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도전 정신을 상징했던 인물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삶과 도전, 그리고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여정을 마치며


타슈켄트 봇킨 묘지는 지나간 삶을 되새기고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미하일 안이라는 이름은 비극과 동시에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그의 삶과 업적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의 묘지를 둘러보며 고려인의 자부심과 그가 남긴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모든 발걸음이 미하일 안과 그의 동료들을 기억하는 작은 기념이 되기를 바란다.

keyword
이전 16화뉴 우즈베키스탄 공원 :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