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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약방 Oct 24. 2022

‘세로토닌’과 함께 힙합을

-장트러블에 백민석의 「멍크의 음악」을 처방합니다

  1. 이건 뭐지장은 건강하지 않은데멘탈은 건강하다

  우현이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장 트러블 분야의 ’대표선수’이다. 장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은 장기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세로토닌의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고, 이 장신경세포들은 뇌의 신경세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더욱 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돼 체하거나 복통으로 고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는 당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고지방 식품, 밀가루 등이 있는데, 우리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 대부분의 음식들이다. 장은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 음식들로 장 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이십대 초반의 래퍼 우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래퍼로서의 생활에 학교생활이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직장에 매인 몸이 아닌 우현의 라이프스타일은 학교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보다는 불규칙적이다. 주5일 출근하거나 등교해야 해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일상의 강제력이 느슨한 편이다. 그리고 춘천에 있는 집을 나와 자취를 하고 있는 우현의 식생활도 균형 있는 식사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고,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춘천 시내에 있는 모든 건물의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언제든 신호가 오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의 화장실을 써봤죠. 저 때문에 우리 팀의 공연 순서가 뒤로 미뤄진 적도 있는데, 그땐 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에 피해가 가는 상황이여서 진짜 심각했어요.”

  우현이는 장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체력 소모가 크고, 뾰루지가 얼굴이 아니라 등에 나면 눕기도 힘들어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음악작업을 하다보면 밤낮의 리듬이 깨지기 싶고 야식의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기 때문에 장 트러블의 악순환을 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이런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식생활은 우현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십대들에게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이십대들이 즐기는 게임, 유튜브, SNS 등은 밤낮의 구분이 없다. 내키는 대로 먹고 자고 즐기는 취향을 선호하는 이십대들에게 장 트러블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요즘 이십대들이 느끼는 취업에 대한 강박을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로 압사되기보다는 아이스크림, 치킨, 마라를 선택한 그들의 방어책을 탓할 수만도 없다. 그러니 장내 유익균을 길러준다는 프로바이오틱스나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는 프리바이오틱스 등 유산균제재가 홈쇼핑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야식-유산균’의 카르텔을 거부하는 건 오늘날 ‘실존을 건 투쟁’에 맞먹는 일일 것이다. 일찌감치 학교를 포기하고 음악의 길을 가겠다고 결정한 우현이는 그나마 취업의 스트레스로부터는 자유로운 입장에 놓여 있다.

  우현이는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괴로워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했다. 래퍼로서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냥 음향에 대한 기술을 익히는 일도 재미있다며, 최근 구입한 장비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떠있었다. ‘쇼미더머니’ 시즌이 돌아오면 지원영상을 보내지만, 거기서 떨어져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 우현에게서는 취업에 시달리는 이십대들의 ‘만성적인’ 불안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겠다는 우현에게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우현이는 장은 건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멘탈은 건강했다. 장 건강이 나빠서 세로토닌은 부족하지만 별로 불행해 보이지 않는 래퍼, 이걸 문제로 봐야 할까? 아니면 내가 우현이의 속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     



  2. 힙합을 공부하다, chapter1~3까지

  그래서 공부를 좀 했다. 도대체 힙합은 무엇이고, 래퍼라는 사람들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나는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 애청자지만, ‘귀에 꽂히는 랩이 좋은 랩이다!’ 정도의 소신을 갖고 있을 뿐 힙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chapter1: sampling’. 샘플링은 힙합의 장르적 핵심이라고 한다. 각자 비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곡의 비트를 가져다 원곡의 BPM을 줄이거나 늘리면서, 원곡을 토막 내고, 재배열한다. 원곡의 보컬이 랩의 배경으로 쓰일 수 있고, 10개의 원곡에서 추출한 10개의 다른 소스를 콜라주해서 한 개의 곡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파격과 재창조의 미학을 이해하는 것이 힙합의 ‘쌩기초’라 할 수 있다.

  ‘chapter2: spit your mind’. 힙합의 장르적 전통은 자신의 가사는 자신이 직접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서전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꺼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날것의 감정과 태도가 힙합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랩은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미넴의 인터뷰를 옮겨본다. “나는 스트레스를 랩으로 해소해. 내 모든 노래에서 그렇게 하지. 말하자면 심리 치료 같은 거야. 실제로 나쁜 행동을 하는 대신 언어와 음악으로 승화하는 거지. 나한테 정신과 의사 따윈 필요 없어.” 

  ‘chapter3: IDGAF(I Don't Give A Fuck)’. IDGAF는 남의 시선과 기분을 맞추기 위해 정작 자신의 행복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쳐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래퍼는 물론 누구도 그런 면책의 특권을 가지지 못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과도한 눈치 보기’와 ‘남의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예의’나 ‘배려’라는 허울로 통용되고 있지 않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자는 에티튜드에 관한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고 보니, 뭐 이렇게 ‘건전한’ 음악이 있을까 싶다. 가식과 위선 없이 자신의 자유를 구가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삶이라니! 멋지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의 모습 아닐까? 최소한 철학책에 밑줄을 그으며 어떻게 살면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랩가사의 디테일에 ‘감탄’하곤 했는데, 그건 다 이런 에티튜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만 힙합을 공부할 수 없어, 우현이가 요즘 많이 듣는다는 ‘리짓군즈’의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봤다. 이론과 실제는 달라서, 책 좀 읽었다고 귀에 음악이 더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좋긴 좋은데, 정확히 뭐가 좋은지는 알 수 없었다.      



  3. 음악을 몰라서 미안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막연했던 생각은 백민석의 작품집 『버스킹!』(창비, 2019년)에 수록된 「멍크의 음악」을 읽으며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멍크는 재즈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다. 그의 생계는 클럽이나 레스토랑의 무대에서 거슈윈이나 웨버의 뮤지컬 히트송들을 연주하고 받는 돈으로 꾸려진다. 테헤란로에 있는 금융회사 빌딩의 로비에서도 5년째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지만, 멍크는 거기서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적이나 아이유의 곡을 연주한다. 그럼, 멍크의 음악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멍크는 꾸준히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음반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데모테이프를 매번 거절하는 어떤 직원은 너무 오래 봐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친구는 사환일 때 만나서 어엿한 독립음반사의 대표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그의 데모테이프를 거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략)

대개는 거절할 때 잔소리를 실컷 늘어놓는다. 어떤 잔소리는 짜증만 난다.

“조잡해요.”

“네?”

“조잡하다고요, 1번 트랙이 조잡하고 3번 트랙도 그만큼 조잡하고 6번은 상당히 조잡해요.”

그러고도 멍크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지 않으면 잔소리는 장마철 반지하방 곰팡이처럼 온갖 곳으로 번져간다. 멍크의 운동화가 조잡하고 운동화 끈 묶은 게 조잡하고 물 빠진 청바지가 조잡하고 인조가죽 벨트가 조잡하고, 멍크의 지난 사랑이 남겨놓고간 은반지가 조잡하고 꽁지머리 묶은 스타일이 조잡하고… 그는 영혼까지 조잡하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엉덩이를 들고 꺼져준다.      

 (「멍크의 음악」, 『버스킹!』, 창비, 2019년, 197~199쪽)     


  멍크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뮤지션의 전형과 같은 인물이다. 또는 스타들의 다큐에서 어려운 시절을 낭만적으로 재현할 때 나올 법한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잎새」를 비롯해서 그렇게 그려지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늘 ‘짠하다.’ 매번 거절당하는 ‘방문’을 계속 해야 할 때, 우리는 모욕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한 방문이 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만두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방문이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일정이고, 가장 원하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숙연해진다. 누군가의 ‘진심’을 동정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식행위처럼 덧붙여지는 ‘거절의 말들’은 그의 속을 쓰리게 할 것이고, 그걸 봐버린 우리의 마음은 짠하다.   

   

“멍크님이 가져온 이 음표들을 좀 보세요. 촉촉하지가 않잖아요. 우린 촉촉한 음표들을 원해요.”

어떻게 음표를 촉촉하게 만들지? 물뿌리개로 물이라도 뿌릴까.

“듣고 나도 가슴이 먹먹해지지가 않네요. 가슴에 멍 자국을 남기지 않는 음악이 음악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고요.”

음악이 주먹인가, 멍 자국을 남기게.

“음표의 콩나물 대가리가 동그랗지가 않잖아요. 모난 건 싫어요. 더 동그란 걸 가져와보세요. 당장은 말고요.”

똑같은 악보를 보고 어떤 엔지니어는 콩나물 대가리 대신 꼬리를 트집 잡았다.

“음표의 꼬리 좀 보세요. 기울기가 너무 급진적이잖아요. 우리 세션맨들 성향하고는 맞지 않아요.”

어떤 프로듀서는 멍크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했다.

“재즈 팬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지 않겠어요. 도입부의 아르페지오가 마르크스의 사상을 반영하도록 해보세요.”

하지만 멍크에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음악이 보험도 아닌데 무슨 책임을 져요?”

“일단 노동자의 삶을 그려보세요.”

“내가 노동자예요.”

하지만 똑같은 곡을 두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경과부의 이분음표와 온음표가 불온하다고 질색을 했다.

“순수한 걸 가져와보세요!”

어떤 프로듀서는 멍크의 음악에 쓰인 불규칙 강세가 위생적으로 불결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는 멍크의 음악에 쓰인 스타카토가 더 이상 귀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콕 짚어 2악장의 다섯 번째 마디가 귀엽지 않다고 했다.

또 어떤 기획자는 멍크의 음악에 쓰인 화성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이 느껴지길 바랐다.

  (「멍크의 음악」,  같은 책, 201~202쪽)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뜨끔했다. 내가 우현이의 곡을 듣고 했던 말들이 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코코펠리’와 ‘김왈리’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우현이는 한 달에 한 곡씩 유튜브에 신곡을 업로드하고 있다. 구독자 122명이지만, 우현이의 계정에는 1주일 전, 1개월 전, 1년 전, 2년 전, 3년 전에 업로드한 곡들이 빼곡하게 올라와있다. 이 가운데는 <overthinking> 앨범으로 나와서 기억하고 있는 곡들도 있고, 제목조차 생소한 곡들도 있다. 확률로 보면 익숙한 곡들보다는 낯선 곡들이 더 많다. 클릭을 해보면, 낯익은 우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가사가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 곡의 포인트가 비트에 있는지, 멜로디에 있는지, 믹싱에 있는지, 가사에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현이에게 “이번 음악 좋더라!”라고 대충 건성으로 말했다. 혹은 “가사가 좋더라.”라고 좀 더 ‘아는 척’을 했다. 그 말들은 음악에 대한 피드백이라기보다 친분관계를 보여주는 제스처였다. 내가 상투적인 말들을 건넬 때마다 우현이는 “아! 그래요.”라든가 “감사합니다!”라고 예의 바른 대답을 했지만, 내가 던진 ‘공갈빵’들은 분명 공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무성의한 태도나 무신경한 말들이 우현이의 세로토닌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우현이에게 음원사이트에 올라온 자신의 곡의 ‘저작권료’가 정산되기 힘든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는 금액이 되어야 정산이 가능한데, 그 기준이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에게는 맞추기 힘든 수치라는 것이다. 음원사이트는 무명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자신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풍부하게 하지만, 그들이 그 대가로 뮤지션들에게 지급하는 보상은 없다. 이런 시스템의 횡포도 우현이의 장 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혹은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 시즌만 되면, 우승자의 상금과 그들이 찍은 CF의 모델료가 얼마인지 ‘돈타령’만 해대는 미디어나 앵무새처럼 그 말을 반복하는 나와 같은 대중들의 반응도 우현이에게는 지겨웠을 것이다.

  자신의 곡에서 우현이는 이렇게 뱉었다. “좋긴 뭐가 좋아 또!” 맞다. 나는 뭐가 좋은지도 모르면서 “좋다”고 ‘영혼 없는’ 말들을 해왔다. 미안하다. 몰라서 그랬다.   


   

  4. 2리터의 물과 산책

  우현이에게 뻔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찾아본 책 가운데 『래퍼가 말하는 래퍼』(김봉헌, 부카, 2020년)가 도움이 많이 됐다. ‘18명의 래퍼들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힙합의 세계’라는 부제답게 그들의 성장담과 문제의식을 짐작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중 몇몇 인터뷰에는 밑줄을 그었다. 내가 따로 들려줄 말은 없지만, 내 생각에 우현이가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내용들이다.   

   

제가 유명인들의 규칙이나 하루 루틴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그걸 배우면 그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퍼렐 윌리엄스 영상을 보게 됐는데 예상외로 되게 건강하게 사는 거예요.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스튜디오 가고, 스튜디오에서 저녁 7시까지 작업하고, 끝나고 돌아와서 운동하고 서류 확인하고 자고. 그걸 보고 저도 일단 스튜디오에 늘 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삘’이 오든 안 오든.     (『랩퍼가 말하는 랩퍼』, 25쪽)     


  피아노 치는 래퍼 ‘창모’의 말이다. 랩퍼의 자의식은 예술가이지만, 현실은 프리랜서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24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자유는 곧 불안으로 바뀔 수 있다. 그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길드다’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우현이는 외부 일정에 의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러한 강제력이 자신을 ‘단도리’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창모의 말에서 포인트는 “삘이 오든 안 오든”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무원의 마인드로 ‘길드다’에 출근하는 우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동안 내 책상에서는 ‘더 콰이엇’의 <한강gang>과 ‘재달’의 <Happy Day>가 들려왔고, 그들의 담담한 목소리에 나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내 고막의 ‘철벽’이 조금은 말랑말랑해졌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가사에 울컥하거나 감성이 촉촉해졌다. 앞으로 나는 ‘코코펠리’와 ‘김왈리’의 곡에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코멘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코펠리’와 ‘김왈리’의 장 건강을 위해 매일 2리터의 물 마시기와 햇빛 있는 시간에 산책하기를 처방한다. 장내 미생물과 유산균과 세로토닌을 ‘몽땅’ 리믹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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